클라크 "내년 1월에 또 만나요"…모비스 우승 뒷이야기

울산 현대모비스가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KBL 제공)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는 2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92대84로 누르고 최종 전적 4승1패로 KBL 최다인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4년만에 정상을 탈환한 현대모비스의 우승 뒷이야기를 정리했다.

◇ 천하의 라건아도 지친다

현대모비스의 간판 빅맨 라건아는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선수다.

그런데 라건아는 5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오전 훈련 때 평소보다 늦게 참석했다. 시간 관리에 철저한 유재학 감독은 평소 어떤 상황에서도 늦은 적이 없는 라건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현대모비스는 당일 오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비디오 세션을 진행했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쉬다가 비디오 룸에 모였는데 라건아는 이때도 지각을 했다.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놨지만 깊게 잠들어 듣지 못했다고.

유재학 감독은 5차전 전반에 다소 힘들어하는 라건아의 모습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동료들이 후반에 힘을 냈고 라건아는 20점 12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하며 결국 자기 몫을 해냈다.

◇ "너와 나만 잘하면 돼"

현대모비스는 2쿼터까지 전자랜드에 39대43으로 끌려갔다. 양동근은 하프타임 때 함지훈을 따로 불렀다.

라건아와 섀넌 쇼터 그리고 이대성이 현재 팀 전력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현대모비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은 베테랑 양동근과 함지훈이다.

양동근은 "함지훈에게 쓴소리를 했다. 우리 팀에서 너와 나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효과가 컸다. 전반 무득점에 그쳤던 함지훈은 후반에만 16점을 몰아넣었다. 특히 기회가 올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던진 외곽슛이 큰 힘이 됐다.

양동근은 무턱대고 후배를 혼내기만 하는 베테랑이 아니다. 몸소 보여준다. 전반 2득정메 머물렀던 양동근은 3,4쿼터에 10점 2어시스트를 올렸고 15분동안 뛰면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양동근은 언제나 겸손하다. 1차전 종료 6.6초를 남기고 터뜨린 결승 3점슛이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을 좌우한 장면이라는 평가에 "이미 그 전에 끝낼 수 있는 경기를 거기까지 끌고 간 것이 잘못"이라고 했고 고비 때마다 중요한 슛을 넣었다는 평가에는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양동근이 왜 현대모비스의 간판이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선수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 만약 섀넌 쇼터를 교체했다면?


현대모비스가 단신 외국인선수 섀넌 쇼터의 교체를 검토한 시기가 있었다. 바로 정규리그 1라운드 때였다.

쇼터는 1라운드 평균 20분을 뛰어 19.0득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그때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이 쇼터와 끝까지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쇼터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 둘째, 쇼터는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유재학 감독은 "인성이 참 좋은 선수라 팀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다"며 "라건아와 문태종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아이라 클라크가 쇼터와 함께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면서 팀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쇼터는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평균 21분 출전해 17.2득점, 4.8리바운드, 4.8어시스트, 야투성공률 57.1%를 올리며 활약했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득점의 연속성이 생겼고 편안해보였다. 정규리그 때는 개인 플레이를 할 때가 있었고 야투를 넣으려고 급해보이는 순간이 있었다"며 "여러 리그를 뛰면서 아직 우승을 못해봤다고 하더라. 꼭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 이대성 "한국의 쇼터가 되고 싶다"

챔피언결정전 MVP 이대성은 자신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여러가지 기술을 코트에서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하는 선수다. 조직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팀 분위기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애쓰면서도 성장을 위한 기술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대성은 섀넌 쇼터를 정말 좋아한다. 배울 게 많다는 것이다.

이대성은 "무브(move)는 정말 최고다. 내가 같이 농구를 해본 선수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리듬이 최고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전 정신이 투철한 이대성은 종종 쇼터와 1대1 경기를 펼친다. 누가 더 많이 이겼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한 이대성은 "내가 막으면 쇼터가 살짝 당황하는 것 같긴 한데 정리가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된다"며 웃었다.

이대성은 쇼터를 앞에 두고 그의 모든 기술을 배워 한국의 쇼터가 되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대성은 "난 많이 부족하다. 더 배워야 한다. 내가 만약 쇼터의 리듬을 배운다면 1년 안에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 아이라 클라크 "내년 1월에 다시 만나요"

아이라 클라크는 KBL의 터줏대감이다.

클라크는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프로농구 무대를 밟아 평균 22.4득점, 8.2리바운드를 올리며 활약했다.

이후 2011-2012시즌부터 6시즌 연속 KBL에서 뛰었고 5개 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만 44세 베테랑이지만 KBL와 국내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높고 몸 관리도 철저해 최근에는 대체 외국인선수 후보로 주목받을 때가 많았다. 팬들에게도 친숙해 우리말로 '시계 형'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클라크는 올시즌 대체 선수 자격으로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모비스에는 라건아가 있기 때문에 그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구단은 클라크의 프로 의식과 몸 관리, 낙천적인 성격 등이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영입을 결정했다.

클라크는 KBL 무대를 좋아한다. 자신이 대체선수 후보군에 포함되는 선수라는 사실도 잘 안다.

클라크는 구단 관계자와 취재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그만이 할 수 있는 농담을 했다. 그는 "현대모비스에 위기가 오면 내게 연락을 할 것이다. 아마 내년 1월쯤? 그때 다시 만나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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