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활절과 성탄절이면 세월호 가족과 난민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과 함께 예배를 드려온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측은 올해 부활절에도 고통 중의 이웃들과 함께 했다.
올해 주제는 '땅아, 두려워하지 말라'로 제2공항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 성산읍 일대로 정했다. 예배에는 고난함께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25개 단체와 새맘교회, 모퉁잇돌교회 등 19개 교회가 참석했다.
사람이나 단체가 아닌 자연을 예배 주제로 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예배 주제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예정된 성산읍 일대의 생태계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은 제주도의 경우 현재 과잉 관광과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식수의 97%를 의존하는 지하수가 오염되고 고갈될 위기에 처했으며, 용천수 역시 매립과 훼손으로 많이 사라졌다. 또 난개발로 인한 해안과 경관이 훼손됐고, 1000명당 범죄 발생 횟수도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비자림로의 확장 개발 공사로 도민 사이에 갈등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의 경우, 주민들을 비롯한 공항 건설 반대 측은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연장하거나 가까운 육상에 평행 활주로를 건설하면 제주공항의 복잡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반대위 측은 최근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해법을 찾는 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배 준비위는 "제주의 경우 강정 해군기지에 이어 성산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며 자연과 원주민 공동체 파괴의 조짐이 보인다"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항 건설 중단을 촉구할 계획으로 예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예배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과 제주의 자연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그런만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문식씨(제주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원회)는 "숲과 들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우리를 향해 하는 말을 듣는다"며 "구럼비를 덮친 죽음의 세력이 비자림로를 휩쓸고, 성산읍의 들판과 오름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김형주씨(제주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원회)도 "5조원 이상의 세금을 사용하는 국책사업을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는데 마음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홍영철씨(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역시 "국토교통부는 제대로 평가도 하지 않고 무조건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자연이 파헤쳐지면 제주에는 남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배 준비위 측은 이날 모인 헌금을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대책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