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요양원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협력해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만든 용양원으로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이날 김 여사 방문에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부인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도 함께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소련 연해주 등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의 후손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 국가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18만명이 살고 있다.
김 여사를 만난 조조야 할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아기가 왜 우냐'고 물어봐서 '배를 곯아 젖이 안 나와 운다'고 하니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아기한테 젖을 먹여 줬다"며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살았다"고 혹독했던 강제 이주 시기를 떠올렸다.
조 할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안다. 한밤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며 "고려사람들은 성실해서 일을 잘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우리 어머니들, 할아버님, 아버님들을 뵈면서 오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며 "나라 잃은 설움 속에 애가 배고플 때 젖도 없었는데 우즈베키스탄 엄마들이 애 젖도 대신 먹여주고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아이 젖도 나오지 않아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에게 대신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김 여사는 울먹였다.
김 여사는 또 "(고려인들이) 너무 고생을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옛날의 나라를 떠나오듯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여사는 "대한민국이 많이 커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무엇을 도와주고 함께 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며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우리도 줄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목화농장을 가꾸는 등 힘들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많은 노고가 밑거름이 돼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영부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일본에 국권을 상실한 뒤 나라잃은 설움과 함께 강제 이주까지 당해야 했던 암울했던 대한민국이 아닌, 전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단 중견국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을 위로한 셈이다.
김 여사는 "고려인은 나라 없이 와서 노력해 부자도 되고 소비에트 시절 '노력영웅'도 된 훌륭한 분들"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김 여사의 이번 아리랑요양원 방문을 계기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40인승 버스를 요양원에 증정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