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각과 청각에 중복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살펴봅니다.
이들 중복 장애인들은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구분돼 있지 않아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계는 이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개소하고 권익 보호 활동에 나섰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헬렌켈러는 중복 장애를 지닌 시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어 오로지 촉감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중증 장애인입니다.
지원 역시 장애 특성에 맞게끔 별도로 제공돼야 하지만,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유형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무교육에서 소외되고, 한 달 동안 외출도 못한 비율이 다른 장애인들과 비교해 약 3배 높을 정도로 장애인들 중에서도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만 명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정형석 상임대표 / 밀알복지재단
"그냥 시각(장애) + 청각(장애)이라고 보시면 안 되고요, 곱하기로 보시면 돼요. 시각과 청각의 곱셈 (수준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별도의 장애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방에서 밖에 아예 못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시청각장애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소통입니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손으로 수화를 만져 이해하는 촉수화를 사용해야 하는데 국내엔 촉수화가 가능한 수화통역사가 많지 않습니다.
이들은 외부와 단절된 외로움 속에서 교육과, 고용 등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경희 / 수화통역사
"농맹인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소통이거든요. 우리나라에 촉각 수화가 가능하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런 가운데 기독교 단체인 밀알복지재단이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센터, 헬렌켈러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사회에서 고립된 시청각장애인들을 발굴해 그들의 자립과 소통을 돕고, 활동보조 통역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손창환 / 시청각장애인 (동시통역)
"혼자 집에서 아무와도 대화하지 못하는 채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한국에 있는 농맹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함께 해 달라고 사랑을 베풀어 달라고, 그래서 천국 문을 열어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회에선 지난 2월 한국형 헬렌켈러법이 발의됐지만 현행 장애인 복지법 안에 둘 것인지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를 두고 논의 중입니다.
밀알복지재단 측은 소수의 시청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CBS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