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 의회에서 연설에 나섰다. 이날 연설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상·하원 의원과 주요 언론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 방안을 제안했고, 주변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으로 마침내 2009년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조약이 발효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과거 중앙아시아의 비핵화 선례를 언급하며 향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한반도 남북의 철도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지와 축하를 받으며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반드시 대륙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과도 같은 철도연결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남북철도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평화·경제 노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비핵화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고대 한국 국가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가 오래 전부터 교류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21세기 '철의 실크로드'가 실현 가능하다는 점도 설파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오는 길에 1400년 전 어느 날을 상상했다. 한국의 고대국가 사신들이 사마르칸트에 도착한 날인데 말을 타거나 발빠른 낙타를 타고 부지런히 쉬지 않고 왔다면 두 달쯤 걸렸을까요?"라며 "높은 산맥과 고원, 사막을 건너며 눈비를 만나고, 때로는 더위나 추위와 싸우느라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오늘 여러분들처럼 1500년 전의 우즈베키스탄인들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대했을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인들은) 깊은 우정과 신뢰를 나눈 그들을 가장 중요한 서쪽 벽에 '아프로시압 벽화'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아프로시압 벽화는 7세기 바르후만왕의 즉위식에 참석한 외국 사절단의 행렬 모습을 담고 있는데, 행렬 마지막에 팔짱을 낀 채 조우관(깃털관)을 쓰고 환두대도(둥근 머리 큰칼)를 찬 두 사람이 고구려 혹은 신라인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미 고대국가 시기부터 사신들이 오고 간 친구 국가였다"며 "나의 상상은 한국의 서울에서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멋진 타슈켄트 기차역에 내리는 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양국의 고대국가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것처럼 21세기 '철의 실크로드', 철도를 통해 양국이 이어져 상생 번영하는 꿈을 꾸었다"며 "철도를 통해 양국이 만나는 일은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이다. 우리 고대인들이 벽화 속에서 나와 다시 손잡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