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부 갈등도 갈등이지만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합의 안됐다"는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협상 책임자인 김관영 원내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공수처에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게만 기소권을 부여하는 안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의총을 통해 패스트트랙을 안건으로 상정해 추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총 도중 홍 원내대표가 공수처에 완전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고 바른미래당 안에 합의한 바 없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총장이 발칵 뒤집혔고 결국 무위로 끝났다.
홍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패스트트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홍 원내대표가 왜 판을 깨는 발언을 했을까.
당 안팎에선 바른미래당 반대파라는 변수로 패스트트랙이 무산될 경우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당 간 구두합의가 이뤄진 안이 부결되는 것과 그와 상관없이 바른미래당이 내부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홍 원내대표로서는 양당 간 합의된 사항이 바른미래당 당내 이견으로 부결되면서 추가 협상마저 위태롭게 하는 상황 보다는, 일찌감치 선을 그어놓고 바른미래당이 당내 추인을 거친 확정안을 가져오도록 한 후 민주당 내의 반대파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방법이다.
덥썩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가 바른미래당 추인이 실패할 경우 '뭘 믿고 경솔하게 합의를 해줬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공수처 문제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합의를 했었지만, 바른미래당이 '기소권없는 공수처'로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경험도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 일각에서도 민주당으로부터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홍 대표의 이번 발언이 패스트트랙 합의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쳤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장 330일인 패스트트랙의 처리시한을 감안했을 때 물리적 시간의 한계에 다다른 논의 국면에서 내홍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이 공수처 패스트트랙을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구심을 품은 민주당과. 공수처 합의 이후에도 선거제 개편에 동참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를 확신할 수 없는 바른미래당 간의 간극을 재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양당이 서로를 향해 "먼저 의총을 거쳐 추인해오라"고 요구만 하다가는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야 4당은 이번 주말에도 최종합의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