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없는 김기덕 감독… 공적 기회 주는 쪽도 문제"

[현장]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다'
피해자와 MBC 'PD수첩'에 10억, 한국여성민우회에 3억 손배소
영화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명예훼손된 건 본인이 저지른 일의 결과"
"김기덕 감독과 그에게 공적 기회 주는 이들 모두 2차 피해 줘"
김기덕 감독, 작품 출품-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등 해외 활동 활발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다'를 열었다. 왼쪽은 김기덕 감독의 모습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13억. 김기덕 감독이 성폭력 사실을 증언하고 고발한 피해자와 관련 내용을 방송한 MBC 'PD수첩',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에 건 손해배상 소송 금액이다.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다'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피해자들의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 자숙 없이 오히려 활발히 해외 활동 중인 김기덕 감독의 행보를 규탄했다.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바란 건 오롯한 사과뿐이었다. 영화인 신문고에서도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지만 (김 감독은)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이어진 것이 'PD수첩' 방송이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고통받는 누구에게도 사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가해자는 여배우의 인권을 침해했고 폭행죄 유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에 초청되고 심사위원이 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가해자 편에서 옹호했던 프로듀서도 제작자로 활동 중"이라며 "반면 여성 배우 피해자는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역고소에 손배소로 수차례 병원 입원을 해 심신 미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홍 사무국장은 "가해자는 살아남고 피해자는 죽어버린 영화계가 너무나 한심하다. 저희 영화계에서는 가해자와 동조자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계속 촉구하고 강력대응할 것"이라며 "김기덕 감독은 고통을 가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반성과 사죄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은 피해자가 원래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려고 했으나, 김 감독이 역고소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걸면서 공격하는 탓에 정신적-신체적으로 괴로워 해 입원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든든'과 영화단체연대회의의 성명을 대독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여성영화인모임·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로 구성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영화단체는 김 감독이 피해자에게 1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해외 활동을 이어가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떠한 반성과 성찰도 보여주지 않는 김기덕 감독과 그를 옹호하고, 그에게 공적 활동 기회 주는 사람들 모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단체는 "영화 개봉이 취소되고 감독으로서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김기덕 감독 본인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다.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추고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추행·성폭행 피해 사례를 보도했다가 억대 소송을 당한 MBC 'PD수첩'의 박건식 PD도 발언을 이어갔다.

박 PD는 "김기덕, 장자연, 김학의-윤중천 사안을 보도했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건이다. 여성들이 도구화되고 인격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상납'이란 말이 그렇지 않나. 여성을 하나의 어떤 물건처럼, 접대 도구처럼 해 왔구나 하는 것을 지난 한 해 느꼈고, 특히 심한 게 영화계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PD는 "일부에서는 여성 인권이 많이 신장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지난해 저희가 취재해 본 결과 언론·문화계, 검찰 등 모두 빙하에 있었던 것이 조금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조금 더 정의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저희가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김기덕이 단 한 번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수 가해자들이 자숙의 시간을 가지는 것과 판이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가해자가 피해자나 피해자 지원단체에 역고소하는 사례가 점점 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김기덕은 영화감독으로서 분명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깊이 성찰해야 한다. 명예회복을 위해 역고소로 출구를 찾고 있다면 그 끝엔 더 큰 부끄러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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