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신경수 PD가 동학농민운동을 그리는 방법

"2019년 젊은이들의 분노 넘어서는 희망 그리고 싶어"
"고증과 허구 균형 맞추는 일 쉽지 않아…고통스럽게 작업 중"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 신경수 PD. (사진=SBS 제공)
역사적 민중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처음 전면에서 다룬 드라마가 온다.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이야기다.

'육룡이 나르샤' '뿌리깊은 나무' 등 굵직한 조선시대 사극을 연출해 온 신경수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조선 왕실이 아닌 민초들의 뜨거운 역사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기대감을 높인다.


신경수 PD는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겪고 있는 분노와 좌절, 그걸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그려볼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좌절을 넘어서기 위한 선대 젊은이들의 도약에 대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과 희망, 격려를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소재를 선택했다. 분노를 넘어서는 희망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선택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조정석·윤시윤·한예리 등은 각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대표한다. 조정석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도학군 별동대장 백이강 역, 윤시윤은 조선의 메이지유신을 꿈꾸는 개화주의자 백이현 역, 한예리는 조선의 자주 경제를 꿈꾸는 보부상의 딸 송자인 역을 맡아 연기한다. 신경수 PD는 세 배우들과 함께 순조롭게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 PD는 "세 주인공이 현장에서 좌절을 겪는 내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조정석은 소박하고 소탈한 친구라서 에너자이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어린 후배들에게도 꼼꼼히 연기 호흡을 맞춰주면서 이끌어 준다"며 "윤시윤은 대본이 까맣게 되도록 완벽하게 준비를 해오는 철두철미한 스타일이고, 한예리는 자칫 남성 위주의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녹두꽃'에 내적인 드라마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 고증과 허구의 간극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과제였다. 이를 위해 신경수 PD와 정현민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검증을 반복하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신경수 PD는 "사건 안에 놓여 있는 허구적 인물을 잘 배치해 씨줄과 날줄을 엮어서 짜맞추는게 만만치 않은 작업인데 정 작가가 정말 방대하면서 치밀한 사료 연구를 토대로 고통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00년 조금 넘어가는 시절의 이야기라 솔직히 당대를 제대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서울과 지방에 편차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작진도 되도록이면 어긋나지 않게 고증과 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양해를 드리고 싶은 것은 동학농민운동 자료가 윤색된 것이 많아 거의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런 사료들 사이에서 가장 객관적이면서 안전한 정보를 가지고 드라마 작업을 하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의 상징적인 인물 전봉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녹두꽃'에서는 배우 최무성이 전봉준 역을 맡아 열연한다.

신 PD는 "처음에는 전봉준을 중심으로 내세워서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쉽지 않더라. 전봉준이라는 인물이 주는 아우라를 드라마로 풀어내기가 어려웠고, 여기에 매몰되면 너무 역사만 강조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데 의견이 모였고, 그렇다면 전봉준을 뒷편에 놓고 우리가 그려내고 싶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SBS 첫 금토드라마인 '열혈사제'는 현재 20%가 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과연 차기작인 '녹두꽃'이 이 시간대를 잘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신 PD는 "전작 시청률이 잘되면 너무 좋은데 한편으로는 '녹두꽃'이 안되면 어떡하나 이런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열혈사제'가 행운의 길을 잘 열어줘서 그걸 이어가야 할텐데 시청자들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