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중 음악으로 꿈을 이루고자 했던 희생자 7명의 이름이 차례차례 불리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16일 제주국제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에서다. 음악의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져버린 7명의 학생은 지난 2016년 국제대 공연예술학과 대중음악전공에 명예 입학했다. 이들은 어느덧 4학년 졸업반이 됐다.
학교 주최로 열린 추모 행사에 앞서 문윤택 스마트미디어과 교수가 교수들을 대표해 희생자들의 '출석'을 부르자 동료 학생들은 희생자 이름을 기억의 끈에서 놓지 않으려는 듯 한목소리로 대리 출석했다.
문윤택 교수는 출석을 부르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당일 국가는 없었다. 국가가 국가로서 역할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한 그날까지 희생자들의 이름은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함께 학교생활을 했을 수도 있었을 동료 학생들의 추모공연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기억하라 그날을> 무언극부터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의 노래 공연을 선보이며 억울하게 희생된 친구들을 기억했다.
무언극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연기했던 16학번 동기들도 캄캄한 바다 속에서 무서웠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영화연극전공 16학번 박서정(23‧여) 학생은 "직접 연기해보니 힘들고 괴롭게 희생된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슬펐다"고 말했다.
김시혁(23) 학생도 "사람이 떠나도 그 사람을 계속 기억하면 결코 떠나는 게 아니다. 친구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생자 7명이 명예입학한 후 수업 내내 희생자의 출석을 불렀던 교수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제자'들의 희생을 함께 아파했다.
김영호 대중음악전공 교수는 "제자들이 4학년이 되는 동안 그들과 함께 했는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이제 졸업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제자들이 더는 하늘에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에서 봤을 유채꽃을 희생자 7명의 사진 앞에 헌화하며 마무리됐다.
음악의 꿈을 안고 있었던 희생자 7명의 사진 앞에는 동료 학생들과 교수들이 저마다 잊지 않겠다고 헌화한 유채꽃이 수북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