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던 공수처 불씨가 살아난 배경에는 인사 검증 문제로 수세에 몰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과 재보선 선거 이후 궁지에 몰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민주, 뒤늦게 '공수처'에 힘싣는 이유는
먼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공수처 설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분류된다.
그동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 설치를 놓고 여야가 논의를 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재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외에 방법이 없게 된 상태다.
공수처가 패스트트랙에 올라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민주당은 개혁입법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조 수석의 퇴로를 열어주려는 민주당의 전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에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저 주식 거래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휩싸이자 야당은 다시 한 번 조 수석의 경질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인사 문제로 압박을 받는 조 수석이 공수처 설치마저 성공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다면, 조 수석의 정치 이력에 금이 가게 된다.
조 수석을 내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활용하고 싶어하는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패스트트랙에 태움으로써 조 수석의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
이미 당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조국 차출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수석 차출론과 고나련해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여당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
◇ 배수진 손학규의 퇴로 '공수처'
'4.3 재보선' 선거에서 참패 당하면서 손 대표의 당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자, 타개책으로 공수처 수정안을 꺼내든 모양새다.
애초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에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하면서 민주당과의 협상이 틀어졌다.
민주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손 대표가 기소권을 공수처에게 주되, 고위 공직자와 수사당국자들에게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함으로써 손 대표가 얻게 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지난해 말 열흘 동안 단식까지 강행하면서 선거제 개혁을 주창했던 손 대표가 공수처와 함께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 상당 부분 정치적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바른미래당에서 사퇴 압력에 직면한 손 대표도 출구가 열리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당 대표직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면 패스트트랙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제3지대 등 다른 길을 모색할 여지가 생긴다.
내홍이 격화된 당 안에서 옴짝달짝 못하는 형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 '늦츨 수 없다' 여야4당 공감대…이번주 결판 날까
공수처와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는 선거제도 개혁법안들이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이번주까지는 모든 논의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은 우선 담당 위원회에서 180일 동안 심사한다. 기간 안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장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는데 이때는 90일이 주어진다.
법사위에서도 90일 안에 심사를 못 끝내면 안건은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올라간다. 본회의에서조차 논의 시작 60일 이내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때에는 자동으로 찬반 표결에 부쳐진다.
이 기간을 모두 합하면 330일이다. 합의가 없을 경우 표결까지만 최장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결단만 하면 기간은 본회의 논의 기간인 60일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270일 정도가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