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못 갚은 건 청년 잘못, 청년은 종일 PC방"…경남도의원 '청년폄하' 후폭풍

청년단체 "빚의 굴레를 청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어" 사과 요구

(사진=이형탁 기자)
경남도의원의 '청년 폄하' 발언을 두고 청년들이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경남대학생겨레하나, 경남진보대학생넷, 경남청년유니온 등 20여 개 청년단체들은 16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의 삶을 함부러 재단하는 예상원 도의원은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예상원 도의원(자유한국당·밀양2)은 지난 11일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의 신용회복 정책과 청년 센터 등에 대해 질의했다.

예 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안 갚은 학생과 청년들을 유추해보면 본인의 잘못이 더 크다. 99% 본인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PC방에 하루종일 있다.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근면 절약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만 20세에서 만 34세 청년 평균 부채는 1064만 원에 달하며 특히 대학 졸업 직후인 만 25~29세의 경우 평균 학자금 대출이 전체 부채의 80%를 차지한다"며 "취업 전부터 늘어나는 이자를 갚기 위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사진=이형탁 기자)
그러면서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의 불안정이 또 다른 부채를 만들고 이로 인해 갚아야 할 돈은 더 늘어나는 빚의 굴레는 청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실 속에서 부실채무자가 된 청년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PC방에만 가는 나태한 청년이라고 누가 함부로 비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경남도의 청년센터는 행정과 청년을 잇고, 단순히 공간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 청년들이 오고가며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청년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허브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을 지원하는 제도에는 언제나 '비용'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투자'에 대한 수치적 결과가 요구됐고 청년을 언제든지 도적적 해이에 빠질 수 있는 '미생'으로 규정하며 청년에 대한 불신을 보여줬다"며 "예 의원의 발언도 이런한 논거에서 한치의 벗어남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해야 할 것은 근면절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불평한 사회 구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다음 세대인 청년들이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예 의원은 청년의 삶을 보다 깊게 고민해 주기를 바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예 의원실로 올라가 항의 서한과 '왜 청년이 경남을 떠나는지 눈치라도 있으세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남겨놓고 왔다.

앞서, 도의회 최연소 의원인 신상훈(28·더불어민주당·비례) 도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예 의원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신상훈 도의원(사진=신 의원 제공)
신 의원은 "예 의원의 발언은 2019년을 살아가는 청년의 삶에 '1도' 공감하지 못한 내용이며,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들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년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변했고, 캠퍼스 낭만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높은 취업의 벽 앞에 서로는 경쟁의 대상이 되고 취업 후에도 수많은 차별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PC방은 지친 청년에게 유일한 피난처일지 모른다"며 "청년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정치인이 만들어낸 정책보다 단돈 1000원에 1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청년들에게 더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야 마땅하다"고 따졌다.

이어 "청년의 삶이 힘든 만큼 청년센터 역시 낡은 시설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그렇다면 청년 대표로 의회에 들어온 제가 있어야 하는 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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