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창업자 김재철 회장, 창립 50주년 아름다운 퇴진

창업 1세대 명예퇴진 본보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정도로, 여러분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동원그룹 창업자인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는 소신에 따라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창업 1세대가 반세기 동안 기업을 경영하다가 명예롭게 자진해서 2선 퇴진을 실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회장은 평소에서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실습항해사로 시작해 3년 만에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이 됐다.

이후 동원그룹을 창업한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1984년 이후 매년 채용을 실시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회장은 또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했다. 당시 차명계좌를 통한 탈세를 의심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녀교육에도 정도 경영원칙을 적용해 대학을 마친 장남 김남구 부회장을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에 6개월 태웠고,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업 등을 경험시켰다.

또 장학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1979년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420억원의 장학금을 통해 인재육성에 힘썼다.

한편 동원그룹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에 대해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해 기존 경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경영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축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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