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孫 패스트트랙 초강수 vs 반대파는 연판장

손학규 '조건부 사퇴 + 지명직 최고위원'로 방어
유승민계·안철수계 "문제 본질 파악 못해"
하태경 '연판장', 안철수계 '회동'으로 사퇴압박
孫 패스트트랙 관철로 돌파, 내홍 최고조 예상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퇴 위기에 휩싸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조건부 사퇴론', '지명직 최고위원' 등으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면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측은 '지도부 보이콧'과 '연판장' 등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며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손 대표 측은 '패스트트랙 관철'까지 내놓는 초강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퇴론과 함께 찬반 의견이 갈리는 패스트트랙 강행까지 겹치면 당의 내홍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학규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라고 말했다. 4·3 국회의원 보선 참패 이후 나온 사퇴압박이 더욱 거세지자 '조건부 사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바른정당 출신 지도부(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가 사퇴 압박에 나서고, 국민의당계(안철수계)마저 사퇴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바른정당계는 조건부 사퇴론을 두고 여전히 '땜질식 처방'이라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빗겨가고 있다"며 "당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문제인데,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버티겠다는 것이 참 이해가 안간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계(안철수계) 역시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제안이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다"며 "손 대표가 아직도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내놓은 방안이 무책임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4월 2주차 여론조사(유권자 4만647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정당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0.4%p 빠진 4.9%였다. 추석 때까지 2배 이상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손학규의 바른미래당'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 손 대표는 당 혁신위원장에 바른정당 출신 중진인 정병국 의원을 맡기겠다는 제안을 내놨지만, 정 의원이 "당 지도부 간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혀 진전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대표가 쓸 수 있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손 대표는 이날 바른정당계 지도부에게 '해당행위'라고 경고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명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규상 최고위원 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거치면 된다고 되어 있어, 손 대표가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가 이처럼 여러 방어막으로 맞서자, 사퇴를 요구하는 측은 '연판장'과 '사퇴회동' 등으로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역위원장에게 연판장을 돌려 당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위원장 과반수 동의를 확보하면 임시 전당대회를 소집할 수 있고, 지도부 불신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바른정당계 측은 "손 대표가 더욱 불명예를 얻기 전에 물러나라"는 입장이다.

안철수계 측은 이번주 회동을 통해 손 대표에 대한 거취를 다시 한번 압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됐던 '사퇴요구 성명'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 측은 '패스트트랙 관철'을 최후의 카드로 만지작 거리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직'을 걸은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번주 패스트트랙 결단을 내리겠다"며 공언한 상태다.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협상은 이번주가 사실상 데드라인이다.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는 오는 17일로 잠정 예정돼 있다. 패스트트랙을 관철시키기 위한 물밑 움직임도 감지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관련해서 다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논의중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 대표 측에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되, 고위 공직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기소권은 검찰에 주는 타협안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평화당 등에서는 공수처에 기소권 대신 재정신청권(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착 상태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동안 패스트트랙을 두고 찬반 논의가 격렬하게 일었던 만큼, 패스트트랙 관철에는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그간 패스트트랙을 찬성해왔던 국민의당계의 경우 찬성 입장을 유지하겠지만, 손 대표 사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바른정당계에선 필사적으로 반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관영 원내대표 측 한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나뉘지만 패스트트랙은 이번 밖에 기회가 없다"며 돌파 의지를 밝혔다. 반면 바른정당계 한 관계자는 "사퇴까지 무시하고 패스트트랙까지 단행하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처리를 기점으로 바른미래당발(發) 정계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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