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함께 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도 내일(16일)이면 벌써 5년이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로 시작된 그 날의 참혹함과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여전히 존재함에서 알 수 있다. 언론은 여전히 믿지 못할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기레기는 사라졌는지'에 관해 물었다.
모든 언론에서 "전원 구조"라고 전하는 말에 안도했던 것도 잠시, 5년 전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눈앞에서 가라앉는 거대한 세월호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에 절망을 느끼고 자책했다.
정작 비판해야 할 대상인 '정부'보다 살아남은 세월호 선장과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인 청해진해운의 유병언 일가에 대해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2014년 7월 25일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을 발견한 유가족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유병언 씨 장남 유대균 씨가 검거되면서 온 언론은 '유대균 검거' 소식을 집중해 보도했다. 유가족의 기자회견은 다 묻혀버렸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유가족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부를 사망으로 몰아갔다는 보도, 사고 생존자인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학에 특례를 받는다는 등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보도도 이어졌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과 세월호 참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결국 촛불을 들고 직접 나섰다. 믿을 수 없는 '기레기'를 대신해 '국민'이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자신을 반성하고 공정언론을 위해 투쟁하겠다며 KBS와 MBC도 파업에 나섰다. 당시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는 KBS와 MBC를 비롯한 언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가져 버린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KBS, MBC 구성원)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 예은이 아빠인 나이기 때문입니다. 진도 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고 그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기자들)이었습니다. (중략) 제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중략) 여러분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 공정언론을, 언론의 독립성을 대통령이 만들어주고 국회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양심을 걸고, 여러분들의 삶을 내 걸고 언론의 독립성을 따내야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여당이 누가 되든, 여러분의 사장이 누가 되든, 끝까지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틈바구니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라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017년 9월 8일 '돌아오라! 마봉춘(MBC) 고봉순(KBS)-KBS와 MBC를 국민의 품으로' 중)
기자들의 반성문이 이어졌고, 국민들의 마지막 남은 믿음에 기대어 언론사의 파업이 진행됐다. 불신 속에서도 언론을 위해 남은 희망을 걸어 준 국민에게 언론은 5년 전 그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언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냉소는 이해하지만 냉소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은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세월 쌓여온 냉소와 불신을 지금 당장 해소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이 사회의 거대 권력이 얽히고설킨 '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 등은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여전히 피해자를 위한 진상 규명은 과거에 머물러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연 지금도 언론은 진상 규명을 위해 제대로 보도에 나서고 있을까, 보도해야 할 것을 뒤로 제쳐두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을까, 스스로에게도 언론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