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돕고, 국민도 돕네요"…산불피해 강원 관광지 '북적'

오후 날 개고, 속초 중앙시장·회센터 등에 전국서 관광객 몰려

"하늘도 돕고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돕네요.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봅니다."

동해안을 비롯한 강원 곳곳을 할퀸 산불이 난 지 열하루가 지난 14일 속초시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 소식이 예보됐었다.

오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걱정이 서렸던 동해안 관광지 상인들의 얼굴은 오후 들어 다시 맑아지는 하늘과 함께 활짝 폈다.

바람이 세게 불어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전국에서 몰린 관광객들로 속초시 주요 관광지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날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오전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부터 외국인, 친구, 연인, 단체관광객 등 인파로 붐볐다.

시장 인근 도로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차량이 몰려 거북이 걸음을 했다.

아이스크림, 오징어빵, 씨앗호떡 등 분식을 파는 상점부터 지역 특산품 판매장, 닭강정 골목까지 손님과 상인 사이의 흥정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두 손 가득 닭강정, 건어물, 수산물 등을 들고 시장을 누비는 관광객들은 골목을 나서려다가도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상인들도 평소 주말보다는 아직 손님들 발길이 뜸하다면서도 예전과 같은 모습을 곧 회복할 것이라 기대했다.

유명 새우튀김 가게 사장 김인학(61)씨는 "지난주는 산불로 시장에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며 "오늘은 평소 주말의 70% 가까이 손님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들에게 우리 가게만 들르지 말고 주위 여러 관광지도 함께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목 모퉁이의 카페 종업원도 "평소 주말이면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데 지금은 그 절반 수준"이라며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주 썰렁했던 갯배 선착장도 관광객 발걸음이 이어졌다. 거의 텅 빈 모습으로 쓸쓸히 속초 시내와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오갔던 갯배는 이날 20여명을 태우고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실어날랐다.

갯배에 오른 관광객들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갈고리로 쇠줄을 끌어 배를 움직이는 체험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점심 무렵 아바이마을은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함흥냉면 등을 맛보기 위해 몰린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부지런히 순대를 썰던 상인은 "지난 주말은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했는데 오늘은 날씨도 금세 화창해지고 손님도 부지런히 이어지니 장사할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인근 동명항 활어센터는 낮 시간대임에도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졌고, 속초 해수욕장도 봄 바다를 구경 온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 두 자녀, 아내와 함께 속초를 찾은 최호진(39·서울 광진구)씨는 "아이들과 주말여행을 어디로 갈지 얘기했는데 다들 속초로 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며 "걱정과 달리 붐비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고 산불로 힘들어하는 주민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약 취소' 통보가 이어지며 산불 직격탄을 맞았던 지역 리조트와 호텔 등 숙박업계에도 활기가 찾아왔다.

속초시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10∼30%에 불과했던 지역 숙박업소 단체관광객 예약률이 이번 주말 70∼80%까지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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