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朴청와대에 '세월호 여론전' 제안…"특조위에 좌파 개입"

검찰, 2014∼2016년 보고서 분석…'경찰청 정보국 불법사찰 의혹' 수사 확대
"진보진영이 특조위 주도땐 부담…보수언론 등 통해 우려 여론 조성해야"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활동한 진보진영 인사들을 '좌편향' 또는 '반정부 성향'으로 규정하고 보수언론을 이용한 여론전을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세월호 특조위 인사들을 밀착 감시하며 치안유지와 무관한 동향정보를 생산하는가 하면 청와대 입맛에 맞춰 특조위를 제압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직무 범위를 넘어선 정보활동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4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동향파악 결과와 '고려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특조위의 이석태 위원장(현 헌법재판관)이 '입지 강화'를 위해 '반정부 성향' 인사를 대거 영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진보성향 위원들의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여론전을 제안했다.

경찰은 "진보성향 위원들이 조사대상 선정 등에 주도권을 잡을 경우 정부 책임자 고발 등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보수언론과 법조계 원로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좌파 진영의 특조위 개입 시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원 인선 문제뿐 아니라 특조위의 본질적 활동이나 수행 목적을 두고도 당시 정보경찰은 정치적 목적성을 띤 내용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경찰은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희생자 배·보상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 구체적 진상규명·피해회복 절차를 두고도 동향보고를 올렸는데, 여기에도 진보진영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대응방안이 반복해서 제시된 것이다. "건전언론과 여당 측 위원 등을 통해 위원장의 편향적 인사와 조직운영 행태에 대한 우려 여론을 조성하고 좌파 측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좌파 활동가의 특조위 개입 사례를 지속적으로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세월호 2주기 부담 최소화 만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에서는 "특조위 진보 진영의 좌편향성 지속 부각", "당정간 물밑협의 통해 청문회 이슈화 전략", "출석 대상자 답변 대비", "추모시설 건립 등 각종 지원 노력 부각해 공세 빌미 차단" 등을 제안하며 사실상 청와대의 정치자문 역할을 자처했다.

경찰은 진보진영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특조위 파견 공무원과 보수 위원 간 정보공유 및 물밑교류 강화"를 제안했는데, 이 같은 구상이 실제 박근혜 청와대와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 공작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양수산부가 청와대와 협의해 2015년 11월 작성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문건 역시 "비정상적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 발표", "여당 추천위원, 파견 공무원간 소통 강화" 등 경찰 보고와 유사한 방안을 담았다. 당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등이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보고문건에는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시위 중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전원회의를 방청시키는 등 보수단체를 활용한 방해계획도 포함됐다.

정보경찰의 불법사찰·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최근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문건 내용들이 어떻게, 얼마나 실행됐는지 확인했다. 검찰은 문건 보고 라인에 있는 경찰 간부들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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