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중앙성당의 지정환 신부 빈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정환 신부가 만든 치즈로 가난에서 극복한 임실군도 애도로 하루를 보냈다.
임실치즈마을의 송기봉 운영위원장(62)은 "아버지를 잃어버린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송 위원장은 "지정환 신부의 꿈은 치즈로 임실을 가난에서 물리치는 것이었다"며 "또 지역민을 좋은 길로 인도하려고 노력했는데, 아픈 상황에서도 찾아 뵙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지정환 신부의 제자인 심상봉 목사(84)는 "스승은 서민과 가깝게 지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셨다"며 "오래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나도 지 신부님 앞에서는 유치원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정환 신부는 지난 1931년 벨기에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1959년 12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찾았다.
1964년 임실의 한 성당으로 온 그는 4년간의 노력끝에 임실 치즈를 만들었다. 임실치즈는 임실 치즈테마파크와 함께 지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
지정환 신부는 지병으로 병상에 누운 와중에도 '임실 치즈'를 걱정했다.
임실군 송기찬 치즈기획팀장은 "투병 중인 지 신부가 지난해 임실앤치즈식품연구소를 직접 찾아 의견을 줬다"며 "14일 군수 등 임실군 직원들이 모여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진행한다. 그는 전주 치명자산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