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치즈 만든 지정환 신부, 선종 순간까지 치즈 걱정

13일 오전 10시쯤 숙환으로 선종
전주 중앙성당 빈소에 추모 행렬
치즈로 가난 극복한 임실군 애도
치즈마을 주민 "아버지같은 분"

임실 치즈의 산 역사를 담고 있는 임실읍 성가리 상성마을 벽화와 지정환 신부. (사진=임실군청 제공)
'임실 치즈의 대부(代父)' 지정환(디디에 세스테벤스·88) 신부가 13일 오전 9시 55분쯤 숙환으로 선종했다.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중앙성당의 지정환 신부 빈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정환 신부가 만든 치즈로 가난에서 극복한 임실군도 애도로 하루를 보냈다.

임실치즈마을의 송기봉 운영위원장(62)은 "아버지를 잃어버린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송 위원장은 "지정환 신부의 꿈은 치즈로 임실을 가난에서 물리치는 것이었다"며 "또 지역민을 좋은 길로 인도하려고 노력했는데, 아픈 상황에서도 찾아 뵙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지정환 신부의 제자인 심상봉 목사(84)는 "스승은 서민과 가깝게 지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셨다"며 "오래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나도 지 신부님 앞에서는 유치원생이었다"고 회고했다.
2016년 임실치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정환 신부가 심민 임실군수로부터 명예군민증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임실군청 제공)

지정환 신부는 지난 1931년 벨기에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1959년 12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찾았다.

1964년 임실의 한 성당으로 온 그는 4년간의 노력끝에 임실 치즈를 만들었다. 임실치즈는 임실 치즈테마파크와 함께 지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

지정환 신부는 지병으로 병상에 누운 와중에도 '임실 치즈'를 걱정했다.

임실군 송기찬 치즈기획팀장은 "투병 중인 지 신부가 지난해 임실앤치즈식품연구소를 직접 찾아 의견을 줬다"며 "14일 군수 등 임실군 직원들이 모여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진행한다. 그는 전주 치명자산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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