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양동근과 함지훈·이대성 조연의 '완벽한 마지막 작전'

(사진=KBL 제공)

창단 후 처음으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인천 전자랜드에게는 결승전 첫 쿼터 마지막 2분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이다.

전자랜드는 13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1쿼터 막판 2분동안 허무하게 8실점 했다.

기디 팟츠가 팀 파울 상황에서 연거푸 반칙을 범했다. 특히 양동근이 1쿼터 종료 시간에 쫓겨 멀리서 던진 슛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가 충돌해 자유투 3개를 준 장면도 있었다.

1점차로 앞서나가던 현대모비스는 1쿼터 막판 2분을 계기로 상승세를 탔고 2쿼터 중반 스코어를 37대22로 벌렸다. 정규리그 챔피언 현대모비스는 2쿼터에 잡은 승기를 그대로 이어가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힘은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왔다. 고비가 올 때마다 상황에 맞는 선수 기용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2쿼터 찰스 로드와 김낙현를 앞세워 점수차를 좁혔고 현대모비스가 다시 1점차 이상으로 달아난 3쿼터에는 이대헌의 연속 3점슛이 발판이 돼 결국 4쿼터 초반 스코어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4쿼터 막판에는 이대성에게 3점슛 2개를 얻어맞고 6점차로 뒤졌지만 종료 29초 전 95대95 동점을 만든 3점슛을 포함해 연속 득점을 퍼부운 강상재의 활약이 막판에 빛났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공격이 안 되면 수비도 무너지면서 짧은 시간에 점수 차가 벌어지는 것이 현대모비스를 상대할 때 나오던 문제점"이라면서도 그때마다 공격에서 해법을 찾고 반격한 선수들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반대로 현대모비스는 승기를 잡고도 상대를 무너뜨릴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전자랜드의 저력에 밀린 것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쉽게 끝낼 기회가 3번이나 있었는데 실책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줬다"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 구단 중 최다인 통산 10번째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현대모비스의 저력은 마지막 순간에 발휘됐다.

이대성은 95대95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하이 픽-앤드-롤'을 위해 라건아가 스크린을 시도했다. 이대성은 2대2 공격이 여의치 않자 스크린이 발생한 순간 골밑에서 하이포스트로 올라온 함지훈에게 공을 건넸다.

이대성은 당시 장면에 대해 "내가 직접 공격하려고 했는데 (라건아를 막는 찰스 로드가) 길게 나왔다. 그래서 (함)지훈이 형에게 패스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라건아가 스크린을 가고 함지훈이 올라와 하이-로우 공격을 시도하고 만약 수비가 안쪽으로 몰리면 외곽 기회를 보자고 주문했다"고 마지막 작전을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옵션을 동시에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대성과 라건아의 2대2 공격은 미끼가 됐다.

로드는 이대성을 견제하러 외곽으로 나갔다. 함지훈을 막던 이대헌은 스크린 이후 안쪽으로 파고드는 라건아에게 붙었다. 왼쪽 베이스라인 수비를 하던 박찬희가 함지훈에게 도움수비를 가야만 했다.

현대모비스가 이같은 수비 움직임을 전자랜드에게 강요한 셈이다. 이대성이 하이포스트로 올라오는 함지훈에게 건넨 패스의 타이밍과 정확도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패스가 결정적이었다.

함지훈은 주저없이 왼쪽 베이스라인으로 공을 건넸고 거기에 양동근이 있었다. 양동근은 종료 6.6초를 남기고 3점슛을 넣었고 현대모비스는 결국 98대95로 승리했다.

양동근은 "4쿼터 막판 5점차로 이길 때 내가 2대2 과정에서 실책을 했다. 너무 미안했다. 강상재의 동점 3점슛이 들어갈 때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큰 일이다, 농구를 관둘 때가 됐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왠지 나한테 (슛 기회가) 걸릴 것 같았다. 함지훈과 이대성이 만들어준 슛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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