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타격천재에게 너무도 혹독한 한국시리즈

김현수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대기타석에서 기다렸다. 1타석만이라도 그동안 부진을 씻고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앞선 두 타자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기만을 빌었다.

하지만 하릴없이 경기는 끝나버렸고 끝내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감독님이 덕아웃으로 들어서는 선수들을 향해 "괜찮다, 괜찮아!" 박수로 격려했지만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았다. 헬멧을 벗고 장비를 챙기고 아쉬움을 곱씹으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SK가 4-1 승리를 거둔 한국시리즈(KS) 4차전, 김현수(20 · 두산)의 뒷모습이었다.


▲3차전 역전기회에서 통한의 병살타…KS 타율 1할도 안 돼

20살 타격천재 김현수에게 올해 KS는 너무도 혹독한 시련이다. 지난 3차전 9회말 역전 기회에서 나온 통한의 병살타에 이어 4차전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직선타 더블아웃이 됐다.

김현수는 타율(3할5푼7리), 최다안타(168개) 등 타격 3관왕에 오른 올시즌 두산이 거둔 최다수확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도 김현수는 일본 특급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주니치)를 상대로 천금의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그만큼 이번 포스트시즌(PS) 기대도 컸다.

하지만 SK와 KS에서 김현수는 극심한 타격침체를 보이고 있다. 1차전 5타수 1안타를 빼면 2~4차전 모두 4타수 무안타였다. 17타수 1안타로 1할이 채 되지 않은 타율(5푼8리)이다. 팀이 1승3패로 KS에서 몰린 것도 김현수의 부진이 적잖다.

특히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열린 3차전과 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4차전이 뼈아팠다. 3차전 두산은 2-3으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다. 상대 마무리 정대현도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어지간한 범타라도 동점은 나올 수 있는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가 친 타구는 2루 베이스 쪽으로 미리 와 있던 2루수 정근우에 걸렸다. 결국 2루수 병살타가 되면서 경기가 그대로 끝났고 김현수는 고개를 떨궜다. 김성근 SK, 김경문 두산 감독은 모두 "한국과 쿠바의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을 언급했다.

▲4차전도 상대 수비 시프트에 불운…PO 때처럼 극복할지 관심

4차전도 수비 시프트 등 상대견제와 불운이 계속됐다. 1-2로 뒤진 4회 무사 1루 두산의 반격이었다. 김현수는 상대 좌완 가득염의 변화구를 결대로 밀어때렸다. 그러나 잘 맞은 타구는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들었고 1루 주자까지 더블아웃이 됐다.

안타로 여기고 1루로 뛰던 김현수는 몇 걸음 떼지 않아 주저앉았다. 6회 2사 1루서도 밀어친 타구가 3루수 직선타에 그쳤다. 경기 후 최정은 "2루타를 주지 말라며 좌선상으로 붙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김현수 수비 시프트를 시인했다.

3차전 ''굴욕의 병살타'' 뒤 심기일전에 나선 4차전이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김현수는 4차전에 앞서 김성근 감독의 발언을 의식한 듯 "이제 쿠바전은 끝났다"면서 설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4차전 뒤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큰 타자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애제자를 감쌌다.

사실 김현수는 올해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서도 한때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승부처에서 나온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수비 시프트에 번번이 걸린 것. 그러나 5차전 홈런 등 김현수는 "수비를 뚫는 더 강한 타구를 날리겠다"며 위기를 극복해냈다.

KS에서 너무도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20살 타격천재 김현수. 삼성과 PO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대형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