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현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정상 간의 신뢰와 의지에 기반해 협상의 중요 사항을 정상들이 직접 결정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이 계속 돼야한다는 뜻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는 손짓이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이라는 결과를 맞이했지만, 그대로 판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서 조기에 추진되도록 하겠다. 장소와 시기 등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이며,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더 활발하게 움직여 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북한을 향해 대화를 손짓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회담에서 자신들이 제기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수관련 유엔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것이 '최선의 제안'이었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날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드러난 내용만을 봤을 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만한 구체적인 유인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지금은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로드맵을 제출하면 제재 해제를 하는 문제를 오늘 논의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확실히 논의할 것이고 그것은 오늘 회담에서 아주 주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또 "어떤 인도적인 문제를 논의 중이고, 한국이 식량관련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해, 식량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이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미가 비핵화 최종 목표에 합의하고, 로드맵이 짜여진다면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며,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이미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 교환도 있었다고 청와대가 밝힌 만큼,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킬 방안에 대해 윤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북미가 앞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 정상 간 오간 내용이 모두 공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날 마련된 한미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남북미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