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전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와 조 수석 경질을 촉구했다.
양당 법사위원을 대표해 한국당 김도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남 탓'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고, 청와대 인사 참사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범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야당의 화살은 다시 한 번 조 수석을 향하고 있다. 인사 논란이 있을 때마다 야당은 조 수석의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여기에 공수처 설치 논의가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는 상황도 조 수석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선거제도 개혁.공수처 설치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 데 찬성했으나, 당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면서 다시 공수처설치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바른미래당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수사권.기소권 모두를 가진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우리당 의원들과 당 지지자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패스트트랙 논의는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인사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조국 지키기'에 열중했던 명분은 공수처 설치 때문이었다. 여권 내에서는 조 수석이 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마저 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왜 굳이 조국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조차 조 수석의 책임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A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인사와 관련해 "정말 안일한 인사였다. 적어도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주식 거래와 관련한 논란을 해명할 수 있도록이라도 충분히 도와줬어야 한다"면서 "조 수석이 이번 논란에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B 의원은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조 수석이 더 잘해줘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와 통화한 10여명의 의원들은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청와대 인사라인의 아쉬음을 전하면서도 "조국 수석이 책임질 일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가 정권 출범 초기에 밝혔던 7대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사안은 아닌 데다, 이 후보자가 지방대 출신의 여성이면서 40대 젊은 재판관이란 개혁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이유에서다.
7개 인사원칙은 병역기피(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논문표절(2007년 2월 이후), 음주운전(10년 이내 2회 이상 혹은 신분 허위진술 1회 이상), 성 관련 처벌 이력(1996년 7월 이후) 등이다.
또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 논의가 이번 패스트트랙 논의에서 틀어진다면, 사실상 총선 이후 결과에 따라 다시 논의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인사 문제도 당에서 심각히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 수석이 사심 없이 열심히 하는 데다, 대통령의 신망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질론이 당 내에서 나오기는 어렵다"며 "조 수석이 언젠가는 물러나겠지만, 지금처럼 야당의 압박으로 사퇴하는 모양새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