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전면금지는 위헌' 판단에 "환영"VS"안돼" 엇갈린 희비

"치욕에 종지부 찍었다"…"정의가 죽었다"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입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처벌 조항은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한 데 대해 시민들은 "올바른 판단이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등 뚜렷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주부 전모(55)씨는 "낙태에 대한 처벌이 여성 쪽에게만 가는 상황이었다"며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학생 권성규(22)씨 역시 "낙태죄라는 벽 때문에 아이를 낳을 여건이 안 된 부모뿐만 아니라 자라는 아이까지 상당한 불행을 안고 살 수 있다"며 "현실적인 상황과 세계적 추세를 따졌을 때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김연옥(65)씨는 "원치 않는 임신을 안 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처벌은 필요하다"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반박했다.


조공순(79)씨는 "생명의 소중함과 나라의 장기적 발전을 생각하면 낙태는 안 될 일"이라며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A씨는 "헌법재판관들과 정부에게 너무 화가 난다"며 "남성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지지 않는 성관계는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이 보도되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측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위헌 결정 환영한다" "우리는 승리했다" "임신 중지 비범죄화, 오늘부터 1일"이란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문설희 공동운영위원장은 "오늘은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 찍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경제 개발과 인구 관리의 목적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우생학적 목적에 따라 생명을 선별하면서 그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 온 것이 바로 낙태죄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더 이상 어떤 처벌도, 허락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이날 판결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란 논평을 내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당했고, 불합리한 처벌과 낙인 등의 문제가 반복돼왔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 자기운명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대체입법 등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낙태죄 폐지는 정의가 아니"라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생명운동연합 김길수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4월 11일 정의가, 태아의 생명이 죽은 날"이라고 말했다.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난 지 7년 밖에 안 됐는데, 수많은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거라고 본다"며 "여론과 정치가 생명을 말살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것이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헌법불합치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이라며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낙태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을 지킴으로써 여성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나 남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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