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아시아나 자구계획 '퇴짜'…"시장 신뢰 회복 미흡"

채권단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 방안 없어"
금융권 "200억 주식 내놓고 산은에 5000억 달라는 것…금융논리 미흡"
최종구 금융위원장 "3년 더 달라는게 무슨 의미"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본사 사무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 계획이 시장 신뢰 회복에 미흡한 수준이라고 퇴짜를 놨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9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금호그룹 자구 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이같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통보하고, 9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 협의를 통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비롯한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5천억원을 신규 지원해달라는 자구계획을 전날 채권단에 제출했다.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기한은 3년으로, 3년 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채권단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 지분이 실제로는 부인과 딸의 보유지분 4.8%에 불과한데다, 채권단이 요구해 온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호고속이 비상장회사라 주식가치를 정확히 따지긴 어렵지만 자산가치와 향후 3년간 수익가치를 합산해 평가해보면 200억원 전후가 될 것이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박 전회장이 200억원의 주식을 내놓고 산업은행에 5000억원을 달라고 한 셈이다.

일각에선 박 전회장이 배수진을 쳤다고 했지만 금융논리로는 '턱없이 부족한' 자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3년을 더 달라는 게 무슨 의미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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