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1박3일짜리 실무 방문에 돌입한 셈이다.
◇ 대표적 '매파' 존 볼턴을 잡아라
문 대통령은 11일 정오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약 100분간 단독·확대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북미가 이견(異見)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정의와 방법론을 놓고 한미 정상간 접점을 찾는다.
앞서 9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 최종 상태(엔드스테이트)와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로드맵에 대해 한미간에 의견이 일치한다. 이번에 (워싱턴에) 가서 이를 재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같은 언급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와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의견조율이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다.
워싱턴에 도착한 첫 날인 10일 문 대통령은 별다른 외부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둘째 날인 11일 오전 문 대통령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잇달아 접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제재 유지'를 압박하는 미 외교안보 핵심 인물들을 먼저 만나 이들을 설득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평양에 여러차례 다녀온 폼페이오 장관은 큰 틀에서 대북 협상파로 분류되지만, 볼턴 보좌관은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져온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제재완화' 맞교환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도록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볼턴 보좌관이 한미 확대정상회담에 동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게 판을 완전히 깰 수 없는 비핵화 논의 현실성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1일 정오(한국시간 12일 새벽 1시)에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약 100분간에 걸친 단독·확대회담에 돌입한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친교 형식의 단독회담에 이어 소규모 회담,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 등이 약 100분간 이어진다.
서울과 워싱턴 왕복 비행시간이 30시간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상회담 시간은 길지 않다.
북미 대화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 대화 재개 불씨를 살릴 수 없다는 청와대의 다급함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에서 비핵화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 사이에서 절묘한 '굿 이너프 딜'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핵화 최종 목표에 대한 북미간 합의는 포괄적으로 명문화하되, 북한의 비핵화 이행 단계를 두 세 단계로 나눠 쪼개 진행하면서 제재 완화 등 단계적 보상 조치를 취해야 비핵화 작업에 속도가 붙는다는 중재안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하노이회담 이후 청와대가 각급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다각적으로 파악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회담 직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점, 지난주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결과 등을 종합하면 일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5일 한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마치고 귀국한 김 차장은 "한미 정상간의 의제 세팅을 논의해 다음주 정상회의에서 아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기 방한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답한 점,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에 참석한 정의용 안보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기대하고 있고 미국 측에서도 그렇게 암시를 하고 있다"고 말한 점 등도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