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로 열심히 밭을 갈고 있는 배용하 목사는 마을에서 이장을 도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총무로 불린다. 차가 없는 어르신이 많아 병원을 오고 가거나 마을에 비료를 나눠주는 일 등의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배 총무가 해야 할 일이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는 메노나이트 소속 목사이기도 한 배 목사는 적어도 이 마을에서는 젊은 청년, 총무라는 직함으로 불리길 원한다.
[인터뷰] 배용하 목사 / 도서출판 대장간 대표
"(마을주민들이) 저한테 부탁할 때도 목사님이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총무님 이것 어떻게 해요', '이것 필요한데 이것 떨어졌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죠.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친근한 것 같아요."
배 목사가 아내와 이 마을에 정착한 지 9년째. 마을을 위해 특별하게 하는 일은 없지만, 항상 주민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필요를 살피는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
마을에 있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만든 것도 그 이유다.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빈약한 지역에서 아이들이 책이라도 마음껏 보면서 뛰어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보기도 하고, 주말에는 부모님과 하룻밤을 지내면서 북스테이를 하기도 한다.
마을을 넘어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지난 2000년 인수한 도서출판 대장간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역 중 하나다.
배 목사의 요즘 관심은 자립이다. 연령대가 높아진 시골에서 마을 기업 등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자립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는 거다.
[인터뷰] 배용하 목사 / 도서출판 대장간 대표
"우리 마을이 작긴 하지만 그런 분들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마음을 열고 친해지면 서로 믿고 그런 역할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배용하 목사는 한국교회와 마을의 선한 이웃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