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 가능성 낮을 듯…'버티기 전략' 관측도

북미협상 언급 없이 관료들 '우결함' 비판…인사교체 주목
태영호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 내걸고 '시간 쫓기지 않는다' 과시"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1일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계기로 대미협상 전략의 수정보다는 내부 다지기를 통한 장기전 태세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10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정치국 확대회의에선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할 지난해 국가예산집행정형과 올해 국가예산을 승인하고 당 중앙위와 정부, 도당 간부들의 사업에 대한 자료 통보가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서 "당 중앙위 부서들과 내각의 사업실태를 분석하시면서 정치국 성원들과 정부, 지방당 일군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우결함(근심이 되어 속이 답답함)들을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간부들에 대해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을 철저히 뿌리 뽑으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국가적 사활이 걸리다시피 한 현 북미 교착 상황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


그는 "오늘의 긴장된 정세"에 대처해 간부들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도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는 수준의 발언에 머물렀다.

맥락상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지난해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고적 의미로 거론한 '새로운 길'을 구체화하며 협상 중단 등의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은 일단 낮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0일 개인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개최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기존의 병진노선이나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대체할 새로운 노선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영철 노동당부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그는 김 위원장이 간부들의 '우결함'을 지적한 점으로 미뤄 당과 내각의 일부 인사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진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경질 여부가 주목된다.

전날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는 김 부위원장이 참석한 사실이 보도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일단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회의 성격이 다른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강경파 김영철이 보다 유연하고 실용주의적 인물로 교체된다면 비핵화 협상에 청신호가 켜지겠지만 김영철이 유임된다면 앞으로도 비핵화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 여부와 관계없이 명시적 언급이 없는 한 대외 메시지로는 제한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이 일종의 '버티기 전략'에 나설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지난 8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목전에 삼지연건설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등 중요 대상계획의 완공 시기를 동시에 6개월이나 늦추는 '속도조절'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력갱생의 구호를 전면에 들고 나가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의미와 함께 미국, 한국에도 제재 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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