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 "회사 가기 싫어." 깊은 한숨과 함께 회사 가기 싫다고 말하는 3년 차 사원 이유진(소주연 분)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고 모든 직장인의 마음일 것이다. 약육강식의 치열함이 살아있는 회사에서 '존버'(끈질기게 버티기)해야 하는 직장인과 정글 같은 회사에 입성한 신입사원, 회사도 일도 싫은 직장인에게 KBS2 '회사 가기 싫어'를 권해 본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인 '네'에도 직장인의 희로애락과 생존의 기술이 담겨 있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을 통해 '넵', '넴', '넹', '네네' '네넵' 등 '네'의 변주를 통해 매일을 살아가는 게 직장인이다. KBS2 새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연출 조나은·서주완, 극본 박소영·강원영)는 회사 생활을 구석구석 파헤치며 '꿀팁' 전수와 함께 힘겨운 직장인을 위로한다.
사무실에 퍼져 있는 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박상욱 과장(김중돈 분)이 내뱉은 "회사 생활에 라인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데"라는 말은 회사 내 서열의 중요성과 이른바 어느 '라인'을 탈 것인지의 의미도 담고 있다. 부장의 과거 반짝이던 시절의 거짓과 진실이 섞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부장의 물주먹에도 마치 장풍을 맞은 것 마냥 "아프다"라고 말해야 하는 존재가 직장인이다.
'회사 가기 싫어'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연출자의 실험 정신이 가득한 드라마다. 드라마 중간에 마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인터뷰 화면이 삽입된다. 갈등과 분노, 어처구니없는 순간마다 인터뷰를 넣음으로써 직장인의 속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회사 가기 싫어'는 현실 세계와 드라마를 교묘하게 이어내며 현실에 한 발자국 다가가려 한다. 극 중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인 강백호 차장(김동완 분)의 승진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 씨가 등장한다. 청와대 인사개입 정황이 담긴 최 씨의 수첩이 '한다스' 제품인데, 이를 방송에 노출시켜 이른바 '완판신화'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음식 먹으면서 쩝쩝거리며 트림까지 하는 상사 어떡하죠?'라는 직장인의 고민에 '상사 얼굴에 구토를 하세요'라는 현실에서 실행할 경우 참사를 부를 수 있는 팁도 전수해주지만, 적어도 '내가 곧 너이고, 너가 곧 나'라는 말처럼 직장인인 나를 대신해 속 시원히 말해주는 부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