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2승1패로 앞서 있지만 여유가 없는 상황. 전날 또 다른 4강 PO에서 정규리그 2위 인천 전자랜드가 창원 LG를 3승으로 누르고 먼저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것.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팀이었지만 1경기를 더 치르게 된 것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저쪽이 3승으로 끝냈다고 선수들에게 오늘 꼭 우리가 이겨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선수들이 그런 점을 잘 알고 경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차전처럼 우리가 10점 차 정도 끌려가면 안 되고 접전 상황이 되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테이시 오그먼 KCC 감독은 "3차전처럼 지면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은 똑같다는 생각을 갖고 임할 것"이라며 배수진의 각오를 다졌다. 이어 "상대 속공 수비와 리바운드 사수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특히 오그먼 감독은 빠른 작전 타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규리그와 다른 단기전인 만큼 상대에게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도록 작전 타임을 과감하게 불러 흐름을 끊겠다"고 말햇다. 또 3차전에서 3점슛 5방을 포함해 23점을 넣은 상대 이대성에 대해서는 "막판 슛이 들어갔을 뿐 그에 대한 수비는 괜찮았다"고 짚었다.
두 팀 사령탑의 게임 플랜은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 챔프전 통산 최다 5회 우승에 빛나는 유 감독은 풍부한 경험 속에 경기를 의도대로 끌고갔고, 올 시즌 정식 사령탑이 된 오그먼 감독은 승부처에서 다소 아쉬운 작전 미스가 겹쳤다.
현대모비스는 시종일관 끌려간 끝에 졌던 3차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다. 1쿼터 문태종, 오용준의 3점포와 라건아의 골밑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KCC는 이정현이 쿼터 막판 6점을 몰아넣었지만 20 대 24로 뒤졌다.
KCC는 2쿼터 거세게 추격했다. 상대 오용준의 U파울로 이정현의 자유투 2점과 마커스 킨의 점퍼로 5분께 30 대 30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넘어갈 상황이었다.
이때 유 감독은 작전 타임으로 흐름을 끊었다. 이후 현대모비스는 완전 달라졌다. 이대성의 2방과 섀넌 쇼터, 양동근까지 소나기 3점포를 퍼부었다. 점수 차는 순식간에 13점으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KCC는 작전 타임으로 흐름을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오그먼 감독은 이미
외곽포를 무더기로 허용한 뒤인 쿼터 종료 1분4초 전에야 작전 타임을 불렀다. 결국 2쿼터에만 7점을 뒤진 KCC는 전반을 38 대 49로 뒤진 채 마쳤다.
그러나 벼랑에 몰린 KCC의 추격은 거셌다. 3쿼터 킨이 11점을 쏟아부으며 64 대 68, 4점 차까지 쫓았고, 4쿼터 중반에는 브랜든 브라운의 탭슛으로 74 대 73 마침내 역전을 일궈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유 감독의 말처럼 접전에서 침착했다. 작전 타임으로 KCC의 흐름을 끊은 뒤 이대성이 잇따라 KCC 진영을 휘저으며 얻어낸 자유투 4개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종료 1분 30초 전까지 80 대 77 현대모비스의 리드. KCC도 브라운의 3점 플레이로 종료 1분11초 전 80 대 80 동점을 만들었다.
현대모비스는 KCC 쪽으로 흐른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또 다시 작전 타임을 불렀다. 여기서 현대모비스는 이대성의 3점포가 빗나갔지만 함지훈이 천금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이어진 공격에서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이후 KCC는 신명호의 노마크 3점포가 빗나갔고, 현대모비스는 종료 5.1초 전 이대성이 함지훈과 기막힌 호흡으로 4점 차로 달아나는 쐐기 레이업을 넣었다. KCC는 뒤늦게 작전 타임을 불렀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결국 현대모비스가 84 대 80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대성은 이날 팀 최다 21점 7도움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만수 유재학의 자신감이자 오그먼의 패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