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크리스 데이비스는 데뷔 6년차였던 2013시즌 타율 0.289, 53홈런, 138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2015년에도 47차례 대포를 가동해 통산 두 번째 홈런 1위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떠올랐다.
볼티모어는 2015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은 크리스 데이비스를 놓칠 수 없었다. 2022년까지 연 평균 2300만 달러를 보장하는 FA 계약을 체결했다. 총액 1억61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그런데 크리스 데이비스의 타격 실력은 FA 계약 이후 가파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16시즌 38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0.221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타율 0.215, 26홈런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 0.168에 홈런 16개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기록한 역대 가장 낮은 타율이다. 파워는 여전했지만 문제는 투수가 던진 공을 방망이에 맞히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안타를 기록한 것은 2018년 9월15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첫 타석 때였다. 데이비스는 이후 21타수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2019시즌이 개막했지만 크리스 데이비스의 뚝 떨어진 타격 감각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극심한 부진으로 풀타임 주전 자리를 놓친 크리스 데이비스는 2019시즌 첫 8경기에 출전했지만 23타수동안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록을 더하면 총 44타수 연속으로 안타없이 침묵한 것이다.
크리스 데이비스는 9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캠든야즈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과연 크리스 데이비스가 기나긴 침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끈 경기였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은 46타수. 에우헤니오 벨레스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46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친 바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는 이번에도 침묵을 깨지 못했다. 삼진 2개를 당하며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올시즌 28타수 무안타. 지난해 기록을 더한 연속 타수 무안타 행진이 49타수로 늘어나면서 메이저리그의 불명예 기록이 새로 작성됐다.
크리스 데이비스는 49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한 기간에 볼넷 6개, 삼진 29개를 기록했다. 아웃카운트의 절반 이상이 삼진으로 기록된 것이다.
볼티모어는 12대4로 크게 이겼다. 타선이 폭발했음에도 이날 한번도 1루를 밟지 못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 데이비스였다.
크리스 데이비스가 올시즌 홈경기 타석에 들어설 때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이날도 야유가 나왔지만 그의 안타를 바라는 팬들의 응원 소리도 적잖았다.
하지만 그는 팀 승리에도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내년부터 3년동안 69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볼티모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