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세월호 생일 모임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오다

[노컷 인터뷰] '생일' 이종언 감독 ①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생일' 이종언 감독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2014년 4월 16일은 아마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좀처럼 잊기 힘든 날일 것이다.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고 304명이 사망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생일'의 이종언 감독도 똑같이 뉴스로 그 소식을 접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의 표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제 안에서 잘 떠나지 않았어요, 그 사건이"

2015년 여름, '치유공간 이웃'에 가게 된 것은 우연일 수도 필연일 수도 있다. 앞서 활동하는 분들이 지인이기도 했고, 일손이 필요하면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세월호 희생자의 '생일 모임'에 직접 참여해 본 후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는 이 감독. 그는 이걸 글로 써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결과물이 최근 전국 극장에서 공개됐다.


영화 개봉 6일 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이종언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은 "(생일 모임을 통해) 그분들을 마주하는 게 힘들기만 하지 않고, 그분들을 더 잘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관객분들도 이런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생일' 개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기분이 어떤지.

영화를 찍으려고 준비할 때나 찍을 때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웃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

▶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정말 많은 기억이 스쳐지나갈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저보다도 같이 작업한 스태프분들이 참 그런 감정들 속에서 잘 작업해내느라고 고생 많이 하신 것 같다. 우리가 생일 모임 찍을 때, 저는 모니터 앞에 있었다. 스태프들은 (제가) '컷' 하면 우루루 하고 나왔다. 소리 때문에 (촬영장은) 냉방을 못 해서, 스태프분들 얼굴엔 땀이 흘렀다. 땀도 있었겠지만 눈물이 범벅되어서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보고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할까' 싶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떠난 이들의 생일 모임을 통해 고인을 추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NEW 제공)
▶ 작품을 쓰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게 언제쯤이었는지.

2015년 가을부터 혼자 쓰기 시작해서 2016년 봄에 제작사에 보냈다. 제작사에서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해서 디벨롭하면서 2017년 11월에 완성해서 배우분들께 드렸다. 보통의 시나리오가 (작업 시간이) 이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다들 고생을 많이 한다.

▶ 어려움이 있어도 작품을 하겠다는 마음은 오히려 굳어졌다는데, 그 동력은.

유가족분들 가까이 있으면서 제가 느낀 것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멀리 있어서 잘 모르는 분들도 (그걸) 같이 알게 되고 더 보고 주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목 자체가 유가족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들에게도 좀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잘 모르니 오해가 있구나, 그래서 이걸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거(생일 모임)로 글을 쓰려고 말씀드리니, 그분들이 기꺼이 좋다고 하시면서 인터뷰도 응해주시고 같이 어디로 가 주시기도 했다. 계신 곳에 오라고도 하셨고. 이런 시간을 거치며 제 안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어려운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 약속이 더 굳건했나 보다. (웃음)

▶ '치유공간 이웃'에는 어떤 계기로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2014년에 그 일을 똑같이 뉴스로 접했고 그때 많이 힘들었다. 제 안에서 잘 떠나지 않았다, 그 사건이. 그땐 제가 몸도 많이 아팠다. '치유공간 이웃' 만들어 활동하시는 분들이 제가 아는 분들이기도 하고,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2015년도 여름이 되어서 가게 됐다. 뭐라도 해야겠기에 기꺼이, 당연히 갔다. 가서 여러 가지를 했다.

제가 가기 전부터 생일 모임은 있었다. 제가 본 첫 번째 생일 모임을 한 날, 정말 표현하자면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영화에 재현된 건 실제와) 거의 비슷하다. 거의 떠온 거라고 보시면 된다. 다만 실제로는 3시간 넘게 하는 걸 저희는 25분으로 축약했다.

▶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떠난 이들의 생일에 모여 그들을 기억하는 '생일 모임' 이야기를 담았다. 직접 생일 모임에 참여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꼈나.

매번 다른 아이의 생일 모임을 하지 않나. 유가족분들 말처럼 매번 다른 우주를 만난다는 말이 맞다. 다른 아이 생일이 되면 또 다른 우주를 만나 또 수분이 빠져나가고 긴 시간 그러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저는 제가 괜찮아진다는 경험을 했다. 조금 일어서는 것 같은 느낌? 단지 그분들을 마주하는 게 힘들기만 하지 않고, 그분들을 더 잘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고, 더 그 사건을 잘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관객분들도 이런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생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생일 모임 씬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NEW 제공)
▶ 극중 생일 모임은 누구 한두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연출이 돋보였다.

기자님이 느끼신 바가 제가 원했던 바다. 두 배우(설경구-전도연)는 되게 유명한 배우지만 그 생일 모임에 와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캐스팅한 분들이다. 가능한 한 옆집 아저씨, 옆집 오빠 누나 동생 같은 느낌을 주는 분들, 그런 연기를 하는 분들을 캐스팅했다. (관객분들도) 기자님이 느끼신 것처럼 그렇게 느꼈으면 한다. 스크린에 (생일 모임이) 펼쳐져 있지만 관객분들도 그곳에 같이 있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

▶ 또,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세월호 희생자의 형제자매나, 동네 이웃, 오히려 거리를 두려는 희생자 가족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나온 게 인상적이었다.

(웃음) 칭찬이다. 감사하다. 그런 모든, 아주 디테일한 것들까지 잘 들어오게 된 데에 이유가 있다고 하면 제가 그곳에서 가까이, 오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형제 자매, 멀리서 온 친척, 친구의 모습이 담겼다. 또, 기본적인 생각이 무엇이 있었냐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국민적 참사다, 유가족 당사자뿐만 아니라. 유가족분들도 아주 보통의 삶을 살던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지 않나. 그런 큰 사건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변하게 만들고 우리 마음들을 어떻게 만들어버렸는지, 좀 있는 그대로 우리가 한 번 잘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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