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이물질이 전선에 부딪히거나 전선에 닿으면서 불꽃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검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미세먼지'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한전은 경찰 조사에서 "전력차단 장치인 '개폐기'와 연결 전선인 '리드선'과의 접합점에 씌워져 있는 '덮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이물질은 '미세먼지'일 가능성이 있고, 미세먼지로도 불꽃이 튈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만약 미세먼지가 발견된다고 해도 다른 '덮개 안'에서 발견된 미세먼지가 불꽃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경찰은 미세먼지가 불꽃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는지 등 증거자료를 한전에 요청했다.
◇ 개폐기와 리드선 접합점, '덮개 안'이 화재 원인 '열쇠'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앞서 한전은 강풍에 날카로운 이물질이 날아와 리드선이 손상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했지만, 실제로는 개폐기와 리드선을 이어주는 '덮개 안'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덮개'가 제대로 설치가 돼 있었다면 이물질이 들어갈 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화재로 떨어진 리드선에 설치된 것 이외에 덮개들 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는 "덮개 안에서 볼펜심만한 나뭇가지 수십개가 발견됐다"며 "다른 덮개 안에서도 먼지 등 이물질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인 리드선은 모두 6개였다.
한전과 경찰 등에 따르면 개폐기와 리드선은 지난 2006년에 설치됐다. 또 한전은 이 시설을 지난달 27일에 안전점검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한전이 이 장비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또 안전점검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 한전의 관리 소홀 등으로 밝혀지면 손해배상 '책임'
만약 한전의 문제가 밝혀진다면, 250ha의 산림과 주택 400여동 등을 완전히 태운 고성·속초 산불은 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해 한전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국과수 감정은 '물리적인 흔적검사'가 제일 중요하다"며 "미세먼지가 화재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는 저희가 판단할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국과수는 전체적인 원인을 파악해 감정을 진행하고 보름쯤 뒤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