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을'인 노동자 위한 현실 히어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현장]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

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덕환, 김동욱, 박세영, 설인아, 김경남. (사진=박종민 기자)
우리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일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노동자'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에 있어서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이 아닌 회사에 고용되어 회사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회사는 '갑'이고 노동자는 이 시대의 '을'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이 노동자이지만 이 대다수는 '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크고 작은 '갑질'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런 을들을 위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조진갑은 '현실 히어로'가 되어 갑에게 제대로 한 방을 날려줄 수 있을까.

◇멀리 있지 않은 노동자, 바로 '나'의 이야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연출 박원국, 극본 김반디)은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 차 공무원 조진갑(별명 조장풍, 김동욱 분)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풍자 코미디 드라마다.

8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원국 PD는 "'조장풍'은 현실에서 힘을 가진 자들, 소위 말하는 '갑'들이 힘이 없는 '을'들에 횡포를 부릴 때 누군가 나서서 갑들을 시원하게 응징해 줬으면 좋겠다는 판타지적인 욕망을 투영한 작품"이라며 "현실에 기반한 히어로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상당히 재미있고, 호쾌한 액션과 코믹, 감동, 아주 조금이지만 달달한 멜로 등 재밌는 요소가 많이 포함된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진=화면 캡처)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등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시 그에 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위반사항에 따라 제재를 가하는 '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 조진갑은 근로기준법 등에 의거해 사업장 등 현장을 검사하고 때로는 해당 법을 위반한 죄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할 수 있는 '근로감독관'이다.

드라마는 근로감독관의 현실은 물론 힘없는 '을'인 노동자를 대신해 갑과 전쟁을 치르는 조진갑을 주인공으로 한다. 조진갑은 현실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며 돕는 '현실 히어로'라는 판타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판타지적인 희망을 담았지만 다루는 내용까지 판타지인 것은 아니다. MBC '앵그리 맘'에서 세월호 참사를 모티프로 해 학교폭력과 사회의 부조리를 대담하게 지적한 김반디 작가는 현실의 다양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드라마에 녹여낼 것이라고 한다.

배우 김동욱이 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조진갑이라는 인물은 판타지적 인물일지 몰라도 다른 인물들의 상황과 갈등은 현실과 흡사하다.

조진갑의 전처이자 형사 주미란으로 등장하는 박세영은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이 세상의 현실에 부합해 살아가고 있지만, 정의에 대한 소망이 안에 있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명성그룹 법무팀 변호사 우도하 역의 배우 류덕환은 "'왜 이름이 우도하냐'는 내 질문에 작가님은 '강을 건넜다'라는 뜻을 말해 주셨다. 도하라는 이름 자체가 그런 것 같다. 건너지 말았어야 할 강을 이미 건넜는데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고, 끝을 볼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 많은 사연과 아픈 과거를 가지고 악한 행동을 하는, 어쩔 수 없이 사회를 통해 악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현실의 존재들도 마음에 '정의'를 품고 있지만 삶에 치여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순응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사회에 상처받고 나의 생존을 위해 '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진갑'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를 위해 드라마는 현실의 빈 곳을 채우려 하는지 모른다.

배우 박세영(왼쪽), 김동욱이 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갑을 관계 다루는 드라마를 대하는 배우들의 자세

조진갑 역의 김동욱은 "재밌는 사회 풍자 코미디극이지만, 임하는 저희는 진지하고 진실한 자세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조진갑의 대사 중에 근로기준법 제103조 근로감독관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는 대사가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 이상을 누리려 할 때 '갑질'이 생기지 않나 싶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키다 보면 갑질은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급 역할을 맡은 배우 김경남은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팀의 일원으로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갑질'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갑질과 사건도 있지만 드라마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찾아보니 오히려 사소한 곳에서도 갑질과 문제적인 부분이 곳곳에 존재함을 알게 됐다. 그런 부분을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명성그룹 회장의 개인비서 고말숙 역을 맡은 배우 설인아는 "갑질 회사 쪽에 있는 비서인데, 저는 높은 회장님을 모실 뿐인데 제가 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라며 "내 위치에서 해야 할 도리를 해야지 그 이상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마인드도 참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우 류덕환(왼쪽부터), 김동욱, 김경남이 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진정한 '을'을 위한 조진갑 될까

현실에서는 드라마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곳이 있는 등 드라마 제작 현장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근로감독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제작진은 드라마 노동 현장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진정한 '을'을 위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진갑'이 될지는 이 드라마를 보는 특별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박원국 PD는 "당연히 우리가 근로기준법을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현장에서도 잘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스태프 대표를 선출하고, 스태프 대표와 제작진이 협의하여 근로시간과 휴식 시간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서 이행하고 있다"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스태프들의 휴식과 그들의 복지에 대해서 다른 드라마보다 훨씬 더 신경 쓰고 귀 기울이고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배우 설인아가 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뉴스에서 다뤄지는 사건 외에도 우리 곳곳에 숨어 있는 크고 작은 갑질은 분명 존재하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뉴스에서는 현실의 갑갑함만 더해줄 뿐 이를 해소했다는 뉴스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대신 해소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다.

배우 설인아는 "'조진갑'은 갑에게 엄청난 사이다를 날리는 드라마다. 그걸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확 풀면 좋겠다"라며 "모든 갑질은 나쁜 것이고, 그것을 응징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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