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1차 포스터에는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아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두 가족의 묘한 순간이 담겼다.
포스터 속 저택 정원에 자리한 인물들은 한 곳에 있지만 서로 마주보지 않는다. 푸르른 잔디밭 한 가운데 선 기택, 막 정원으로 나오려 하는 장남 기우, 선베드에서 여유로운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박사장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 이 모든 것을 집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박사장네 둘째 다송(정현준)까지 모두 눈이 가려져 있다.
해당 포스터는 표정도, 속내도 읽을 수 없는 이들 앞에 누워 있는 다리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이 영화가 지닌 희비극을 엿볼 수 있도록 돕는다. 서로 만날 일 없어 보였던 두 가족의 머리 위로 흐르는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문구도 이를 강화한다.
포스터와 함께 공개된 1차 예고편에는 배우 박정자의 개성 넘치는 내레이션이 곁들여져 예측할 수 없는 극 전개를 암시하고 있다.
이 예고편에서 기택의 아내이자 기우, 기정(박소담) 남매의 엄마인 충숙(장혜진) 목소리로 소개되는 이 가족 형편은 참으로 막막하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몰래 사용하던 윗집 와이파이까지 비번이 걸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충숙의 타박에 남편 기택은 묵묵부답으로 식빵 쪼가리를 뜯는다.
친구 소개로 고액 과외 면접 기회를 얻은 장남 기우는 위조한 재학증명서를 들고 면접에 나서는 길에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라고 말한다. 이에 기택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모처럼 싹튼 고정 수입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네 팍팍한 현실을 풍자하는,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희비극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생충' 측은 "배우 박정자는 그의 오랜 팬인 봉준호 감독 요청으로 '기생충' 예고편에 목소리는 물론 기침 소리까지 보탰다"며 "기택네 반지하집 창을 뚫고 들어오는 방역 소독제 연기 장면과 마지막 제목 뒤로 이어지는 기침 소리는 긴장감 속에 위트를 더하고 영화의 실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