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PD가 만드는 오피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의 시작은 지난해 방송된 모큐멘터리(허구의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르) 형식의 6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 등을 풀어내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며 더 다양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가기 싫어'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PD가 만든 드라마는 점이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조나은 PD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 해당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더니 '회사'였다. 한국 노동자가 2000만 명인데, 이러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며 "어떤 영웅적인 주인공이나 특별한 사건은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자기에게 닥친 작은 일이 가장 큰 일이듯이, 위대하고 사소한 이야기로 매화 매화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일럿 방송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많은 정보가 제공되며 이야기가 약화되는 지점이 걱정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드라마 전문가와 함께 했다.
조나은 PD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몬스터유니온과 함께 하면서 스토리 전문가인 드라마 작가와 드라마 전문 서주완 PD와 함께 방송을 준비했다. 모든 분들이 보길 바라는 마음에 예능적인 재미에도 신경을 썼다"라며 "그러면서도 다큐멘터리적 가치를 살려서 배우들을 카메라에 가두는 방식이 아니라 배우들이 리얼 타임으로 연기를 하면 그걸 카메라가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극 중 배우들의 인터뷰도 나오는 등 반전과 웃음, 공감 포인트를 더 살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모큐멘터리 당시보다 배우들도 보강됐다. 김동완, 한수연, 소주연, 김관수, 김국희, 김중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선보여 온 이들이 '회사 가기 싫어'의 직장인으로 합류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지난 2013년 종영한 KBS 드라마 '힘내요, 미스터 김!' 이후 7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배우 김동완은 초고속 승진의 전설을 쓴 한다스 오피스의 스타 강백호 역을 맡았다.
김동완은 "젊은 꼰대 역할을 맡아서 캐릭터를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돌을 보면 잔소리를 많이 해서 아이돌 후배들이 많이 피하는데, 시원하게 드라마를 통해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조직이라는 게 수많은 꼰대가 버티는 사회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순기능이 많은 꼰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신화로서의 생활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일럿에도 출연했던 배우 소주연은 이젠 연차가 쌓여 3년 차 사원 이유진이 되었다. 소주연은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성격이었는데, 신입이 들어와서 제가 애매모호하게 꼰대가 된다"라며 "저는 직장 생활을 2년 하다 데뷔했고 1년 전에 오피스 웹드라마도 해봤다. 그런데 이번 제 캐릭터는 정말 연기하지 쉽지 않은 캐릭터라 주변 친구의 이야기도 듣고, 제가 간 식당의 종업원께서 하는 대화를 듣고 저렇게 캐릭터 잡으면 되겠다 생각한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노지원 역의 김관수는 "노지원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친구고 내가 있어야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모든 기준이 나한테 있다"라며 "오피스 드라마다 보니 계속 업무를 봐야 하는데, 제가 표를 만들었다 지웠다 만들었다 지웠다 하는데 그게 제일 힘들었다"라고 웃음 섞인 소감을 말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호연을 펼치고 있는 김국희는 "12년차 직장인이자 아들 쌍둥이를 둔 워킹맘 역할이다. 왕년에 잘 나갔고, 현재도 잘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배우들이 드라마를 통해 '생존'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을 그려내며 직장인을 대신해 회사와 상사, 불합리한 우리 시대 직장인의 모든 이야기를 대신 전해줄 이야기다. 이와 함께 직장생활의 소소한 팁들을 전수한다는 계획이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속 시원하게 공개적으로 직장 생활의 힘듦을 이야기해 주는 기분은 어떨까. '회사 가기 싫어'를 통해 답답한 직장인의 삶에 시원함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