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탈출의 주민들과 목줄에 그을린 반려견들

화마로 반려견들 숨지거나 다쳐…일부는 유기견보호소에 맡겨져
반려견 자원봉사자들 "동물들 고통받았을 것 생각하니 마음 아파"

속초시 장사동 일대 한 주택가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반려견들. (사진=유선희 기자)
화마가 할퀴어 잿더미로 변한 강원 지역 집 곳곳에 상처 입은 반려견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6일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를 둘러본 결과 털이 검게 그을려 있거나 여전히 목줄을 하고 있는 반려견들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에서는 죽거나 다친 개 2마리가 발견됐다.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가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1마리는 이미 죽어 있었고, 1마리는 다리와 머리 등이 검게 그을린 채 집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이 개는 발견 당시 목줄이 끊어져 있어 아마 화재 당시 몸을 피하던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지 못하자 스스로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오후 2시쯤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에서 화마로 털이 그을린 개가 발견했다. (사진=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 제공)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 장혁 소장은 "확인해보니 노인 두 분이 살았다는데, 거동이 불편해 주인분들도 대피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에서도 산불 기간 동물보호소로 옮겨진 반려견이 공식적으로 5마리가 집계됐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복실씨는 "화재가 나서 갈 곳이 없으니 맡아달라는 전화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아마 반려견 말고 야생동물들도 많이 고통받았을 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복실씨는 "이번 기회에 재난시 반려견 등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 장혁 소장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당장 대피하느라 경황이 없어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없다면, 일단 목줄은 풀어줘 동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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