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특보에 강풍특보까지 만난 불길은 삽시간에 속초까지 집어 삼켰다. 강릉 동해 인제에서도 별도의 산불이 발생했다. 국가재난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아파트 12층에 사는데 산쪽에 하늘이 막 빨개지고, 불꽃이 꼭 나무처럼 치솟았어요"
속초 교동초에서 만난 대피주민 김진례(69)씨는 "불이 났다는 문자를 받곤 '설마 집까지 번질까' 안절부절 못하다가 막상 밖을 본 뒤 시야에 펼쳐진 상황"이라며 당시를 묘사했다.
5일 새벽 강릉 옥계면에서도 큰 불이 시작돼 동해 망상으로 번졌다. 동해고속도로가 한때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뉴스를 보자마자 부모님께 얼른 나오시라고 전화를 드렸죠. 나오시고 얼마 안있어서 집에 불이 붙었다고 하네요. 부모님 수의라도 건지려고 동이 트기 전에 와봤는데 못찾겠네요" 옥계면 천남리 부모님 집을 찾아온 김종빈(53)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가까지 덮친 불길에 고성 약 2500명, 속초 1500여명, 강릉 100여명이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전국에서 800여 대의 소방차가 투입됐다.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군 헬기까지 동원해 공중진화의 사투도 벌였다. 강원지역에 투입된 소방인력은 3300여명, 군과 경찰, 공무원까지 1만 7천여명이 동원됐다.
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로 번진 불과 강릉 옥계에서 동해 망상으로 옮겨간 불은 대부분 전날 오후 진화됐지만, 인제 남면에 임야 30ha 를 소실시킨 불길은 이날 오후 12시 10분에야 완전 꺼졌다. 강원 일대 산불의 주불진화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사망자 1명.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고성·속초 250ha, 강릉과 동해 250ha, 인제 30ha 등으로 각각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