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완전 진화 이후인 주말쯤 화재 현장을 방문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큰 불이 잡혔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방문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3분쯤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차려진 대책본부에 도착해 산림청과 소방청 등으로부터 진화 상황을 보고받았다.
고기연 산림청 국제협력국장은 "고성, 속초 지역 큰 불은 진화됐지만 면적이 광범위해 잔불과 뒷불을 감시해야 한다"며 "열화상 카메라 등을 동원해 야간 감시를 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고 국장은 "강릉과 동해 쪽 산불은 오후 3시 현재 70% 정도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며 "일몰시간까지 헬기를 투입해 최대한 빨리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주민대피는 4000명 실시했고 현재 고성과 속초쪽 산불이 진화되면서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며 "재산피해는 주택 195채 등 총 206채가 소실됐다"고 보고했다.
8군단 참모장 강호필 준장은 "야간에 산불이 재발될 것에 대비해서 열영상관측장비를 운용해 산불 재발을 조기에 식별하고 신속히 초동 진화할 수 있도록 각 구대별로 진화조를 운영 중"이라며 "오늘 주간에 대피한 주민들을 위해서 전투식량 6800명분을 지원했다"고 보고했다.
보고를 청취한 문 대통령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다면 잿더미 속에 불씨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고 완전하게 정리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진화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또 "야간에는 헬기 동원이 어려우니까 가급적 일몰시간 전까지는 주불은 잡고 그다음에 잔불과 뒷불을 정리하는 데까지 진도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워낙 바람이 거세서 조기에 불길이 확산되는 걸 막지는 못했지만 우리 소방당국이나 군에서 그리고 또 경찰, 산림청, 강원도 민간까지도 협력해서 그나마 더이상 산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이재민 대피소가 차려진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해 간밤에 급히 대피한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이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함께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한 텐트에 들어가자 한 이재민은 "(간밤에) 불덩어리가 날라와 (집 주변이) 금방 탔다"며 "옷 갈아입을 사이도 없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람 생명이 제일 중요하다. 집 잃어버린 것은 우리 정부와 강원도에서도 많이 돕겠다"며 "어제는 아마 주민들께서는 많이 놀라고 힘든 밤이었을텐데 지켜보는 국민들도 안타까웠다"고 위로했다.
또 "우선 빨리 집을 복구해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고 그 다음에 대피소에서 최대한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민이 "마을 절반 이상이 다 탔다"고 괴로워하자 문 대통령은 "그것만 해도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런 와중에서 다들 무사하게 피신해서 저는 우선 그게 고맙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다른 텐트에 있던 이재민은 " 눈물 밖에 안 나온다"며 "불을 끄려고 한 30분 있었는데 불이 막 날라다녀 '이건 뭐 죽겠다' 싶었다"고 지난 밤을 떠올렸다.
또다른 이재민이 "바쁘신 대통령께서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셨냐"고 감사를 표하자 문 대통령은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생겼는데 그래도 야단 안 치시고 이렇게 잘 했다 하니까 고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고성 산불이 속초로 옮아가던 4일 밤 11시15분 쯤 '총력 대응' 첫 지시를 내린 데 이어, 5일 새벽 0시20분과 오전 11시에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피해자 최소화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