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권력투쟁' 돌입…보수 VS 호남

손학규 '퇴진' 요구 거부…'孫 체제 찬반' 실력대결 불가피
"당 재건 위한 싸움 아닌, 보수통합 대 호남통합 간 세(勢) 대결"

바른미래당 손학규(가운데)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4‧3 보궐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바른미래당이 '권력 투쟁' 모드에 돌입했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뚜렷한 전선이 형성됐다. 손 대표 체제를 더 두고 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는 내년 4월 15일 예정된 21대 총선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로선 사활이 걸렸다.

'손 대표가 정치적으로 끝났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비단 저조한 보선 득표율(3.57%)만 깔려 있는 것이 아니다. 범(凡)여권에 대해서도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선거 결과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열차 앞에도 '정지' 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패스트트랙에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같은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뿐만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문제가 결부돼 있다.


연동형 비례제는 손 대표가 단식까지 해가며 관철시키고자 했던 사실상의 마지막 보루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현재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지난 5일 한국갤럽 6%)이 득표율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일정 비례 의석을 기대해 볼 수 있다.(여론조사 관련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 페이지 참조)

연동형 비례제 찬성파의 계산은 비례 의석이 결국 당내 핵심 의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각 권역별로 1~2석이 배정되면 여성 비례대표에게 1석을 우선 배정하고, 남은 1석은 석패율에 의해 유력 중진들에게 할당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근거한다.

이 같은 계산과 전망은 손 대표 입장에선 보다 많은 숫자의 의원들을 자신에게 동조하는 쪽으로 설득해 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기호 3번을 달고 각자의 지역구에서 자력으로 당선될 수 있는 의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비례 의석이라도 받아야 지속 가능하다는 주장은 일견 현실성이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협상의 타결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 되면서 손 대표의 명분과 입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민주당과의 협상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라는 바른미래당 안(案)에 대한 여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연동형 비례제가 실현되지 못한다면 바른미래당의 총선 출마자들은 기호 3번을 달고 다른 당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번 경남 창원성산의 보선 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비례 의석이 안 된다면 '기호 2번을 다는 것이 남은 생존 전략인가'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손 대표 흔들기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손 대표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합의 대상이 한국당인가, 민주평화당인가를 놓고 바른정당, 국민의당, 양당 출신 중에서도 호남 의원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당내 초점이 '일단 퇴진' 쪽으로 맞춰질 조짐이 보이자 손 대표도 거세게 반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지난 5일 "당을 흔들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을 향해 '찌질(지질)하다"고 공격했던 이언주 의원의 당원권도 정지시켰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라"며 손 대표를 압박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상 이들 3명이 동시에 사퇴하면 최고위는 4명만 남게 돼 의결 정족수(9분의 5)를 잃게 된다. 이럴 경우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같이 연명한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또 남는다.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국 손 대표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도부 퇴진 및 교체 요구는 손 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더라도 "패스트트랙에 당직을 걸겠다"고 했던 김관영 원내대표의 거취가 정해지면 자연스레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원내대표를 선출해 손 대표의 임기를 단축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그렇다.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조기 전대 주장을 이미 공론화 했다.

전대가 실시되면 의제는 통합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한국당을 향한 통합인가, 호남 세력 간 통합인가 방향이 다를 뿐 각자의 이해관계는 결국 통합"이라며 "당의 재건을 위한 전대를 원하는 의원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대가 결국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쪽과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는 세력 간 대결 양상으로 전개 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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