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작은 국내 첫 한센인 정착촌인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센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조명했다.
전 작이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경계를 허물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한센인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연작은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에 초점을 뒀다.
'1975 도성마을'이라 주제로 열리는 이 사진전은 대안공간 노마드갤러리(관장 김상현)에서 4월 6일~5월 3일까지 열린다.
도성마을은 지난 1965년부터 1978년 2월까지 국내 첫 한센병 치료병원인 여수애양원 원장으로 재직한 도성래 선교사(미국명: Stanly C. Topple)가 자신의 한국 이름을 따서 만든 정착촌이다.
이 정착촌은 당시 205명의 한센인 회복자들의 자립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집단 농장 형태의 농원으로 만들어 졌으나 현재는 청소년을 포함해 일반인 176명과 한센인 63명 등 249명이 공동 거주하고 있다.
작가는 도성마을을 '육지의 세월호'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노마드갤러리 김상현 관장은 "오랫동안 도성마을을 남다른 열정으로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전 사진들이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 전시작은 기록적 가치와 예술성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선보여 한층 성숙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1급 발암물질 석면으로 뒤덮인 양계,양돈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돼 심각한 환경 피해를 낳고 있다.
한센인들의 자립을 위해 설치한 축사가 이제는 환경 재앙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5만 여 평의 도성마을은 현재 3만 6300 여 평에 슬레이트 축사 770동이 차지하고 있다.
각종 분뇨에서 쏟아지는 악취는 일상이된 지 오래지만 관계 기관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악취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 한센인 정착촌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체부가 들어 오지 않고, 화재가 나도 소방차가 들어 오지 않는 곳이 도성마을이다.
하씨는 "몸에서 하도 냄새가 나니까 친구들이 닭똥이라고 부를 정도였다"며 "유년시절 친구들이 아예 무서워서 놀러 오지도 않았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았는데 그때 받은 상처를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슬픈 기억을 떠올렸다.
하씨와 동갑내기인 문미경(45)씨는 지난 7월 "우리 마을을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청원을 하기도 했지만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이들은 박 작가의 전시 오프닝이 열리는 6일 오후 5시 전시장에 직접 나와 마을 실태를 알릴 예정이다.
한센인 2세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신분과 마을 실태을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