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즉 '금호그룹과의 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에대해 박 전 회장측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회계 파동으로 부채비율이 오르고 순이익이 적자전환하면서 '외부수혈' 없이는 정상적 회사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일단 6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 갱신 시한을 1달 연장했다.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회사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에 합의했다면 6일 MOU 갱신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갱신이 연장된 건 MOU 갱신 논의과정에서 모종의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고위관계자는 5일 CBS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자구안 마련을 서둘러 거의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고 산업은행과의 조정절차만 남았다"고 말해 양측은 자구안 확정을 위한 협상에 이미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관련해,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 사표설이 돌고, 김이배 전략기획본부장,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 등 핵심임원들까지 동반사표를 내자 한때 MOU연장을 위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퇴설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한창수 대표는 서둘러 "산업은행과의 MOU 체결에 매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과 박삼구 전 회장의 입장차이가 커 자구안에 최종적으로 어떤 안들이 담길지 예단하긴 어렵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주주가 책임지기 전에 채권단이 한 푼이라도 손실이 생기는 지원은 하지 않겠다", "대주주의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의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그것이 MOU의 전제조건"이라고 못박았다.
이 회장은 특히 "책임있는 대주주가 물러나는게 채권단이 앞으로 아시아나를 정상화하는데 자유로울 수 있다"며 박삼구 전 회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박삼구 전 회장이 모든 직함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나온 채권단의 이 요구는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 계열에서 분리하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우회 지배하고 있는데,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3.4%다. 금호산업 지분 총액은 5일 종가 기준(주당 3600원) 2467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 재원으로도 부채 7조원이 넘는 아시아나를 회생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하는 것은 반복되는 기업부실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박삼구 전 회장의 퇴진이 '지난 2009년 퇴진'의 재판이 되도록 놔두진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매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그룹의 알짜기업으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 지분을 처분하면 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다 박삼구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OU 체결시한을 넘겨가며 협상이 길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전 회장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시아나의 운명을 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박 전회장에게 부여된 시간은 길지 않다. 그렇다고 채권단과의 협상외엔 회생의 길도 없다. 그래서 사면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