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동해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40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이 작은 마을에서는 이번 산불로 11가구의 집이 전소됐다.
전날 밤 11시45분쯤 강릉시 옥계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지면서, 10여㎞ 떨어진 기곡마을까지 집어삼킨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불을 처음 발견한 주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대피해 생존 '골든타임'을 사수한 것이다.
기곡마을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이금남(65·여)씨는 불이 나던 상황을 "하늘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씨는 "새벽 1시쯤 휴대전화만 챙겨서 부랴부랴 나왔는데 앞집과 옆집 생각이 났다"며 "노인 부부와 90대 할머니까지 차에 태워 함께 체육관으로 도망쳤다"
이씨는 "얼른 대피하라"는 마을 통장 방송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마을 회관 앞에서 만난 이경우씨는 다 타버리고 기둥만 남은 집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씨는 "부모님 집인데 형체가 없을 정도로 싹 타버렸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연세가 80대 후반이라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대피 방송을 들은 동생이 달려와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동생 연락을 받고 온 이씨는 밤새 집이 타는 걸 지켜봤다고 했다.
70대 최병섭씨도 위급한 순간에서 몸이 불편한 이웃 3명을 챙겨 대피했다고 했다. 최씨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여기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집집마다 전화를 돌리고 챙겼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강원도 지역 산불을 5일 오전 9시 국가재난사태로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