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내줘" "양해 없어" 화마에도 국회는 밤까지 정쟁

산불 대란에 사상자 10여 명 발생
국회는 아랑곳 않고 운영위 회의
'콘트롤타워' 정 실장 밤 11시 되서야 이석
다음 날 5일 아침에야 여야 지도부 '부랴부랴'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최악의 산불로 강원도 속초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여야가 재난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를 불러놓고 4일 밤늦게까지 정쟁을 이어간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았다.

여야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부실 인사검증 의혹, 박근혜 청와대의 김학의 전 차관 수사 개입 의혹,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안 도출 불발 등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은 끝에 회의는 자정을 넘겨서야 산회됐다.

이 과정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질의를 늦은 시각까지 받은 후 오후 10시 39분에야 위원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석할 수 있었다.

국가안보실장은 재난 등이 발생했을 경우 청와대의 대응을 총괄하는 보직이다.

이에 운영위 저녁 회의 속개에 앞서 이미 이번 고성·속초 산불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 수도 10여 명으로 확대된 만큼 현안 질의보다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데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 책임자"라며 "책임자를 국회에서 잡아 놓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를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할 기회가 부족함을 성토하며 정 실장의 빠른 이석을 강하게 반대했다.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번진 5일 소방대원들이 강원 속초시 노학동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한 번 부르는 것이 쉽느냐. 저희도 정 실장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질의 순서를 조정했으면 된다"며 "우리가 발목을 잡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홍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외교 참사도 큰 문제"라며 북미 회담에 대한 결과 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 원내대표에 힘을 보탰다.

운영위원 중 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이번 화재 참사가 발생한 속초·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운영위 회의 진행에 대한 설전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기대응을 해야 할 안보실장과 대통령 비서살장이 국회에 발이 묶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려스러운 장면이 운영위에서 연출됐다"며 "한국당은 홍 원내대표의 호소를 무시하고 늦은 시간까지 위기대응 핵심 인력을 운영위에 붙잡아뒀는데 국민 안전에 제대로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청와대 소관 업무보고에 (좌측부터)김수현 정책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이 출석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나 원내대표는 사전에 이해를 구했다면 충분히 이석이 가능했지만 홍 원내대표가 저녁 정회 전 까지도 한 번도 이석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정 실장의 늦은 이석이 홍 원내대표 탓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업무보고 후 여당 쪽에서 계속해서 요구했던 정 실장의 이석 사유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였다"며 "오후 7시 45분 정회 때까지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알지 못했고 산불로 인한 이석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지도부는 화재 참사 다음 날인 5일 오전부터 부랴부랴 화재 현장을 찾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20분쯤 고성 재난대책본부에 도착해 산불현장과 이재민 대피시설 등을 살펴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후 바로 고성으로 향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