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연출 박찬홍, 극본 김지우, 제작 MI·엔케이물산)의 제작발표회가 4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7층 셀레나홀에서 열린 가운데, 연출을 맡은 박찬홍 PD는 "치열한 고민 끝에 하게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아들의 이름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내 아이가 희생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아빠 박무진(박희순 분)과 엄마 강인하(추자현 분)가 아들의 불행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넘어지고 부딪히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박찬홍 PD는 "사실 이 작품을 연출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작가 선생님께서 하자고 했을 때 이번에는 피해 가면 안 되겠냐고 부탁까지 드릴 정도였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그런데 어느 날 작가 선생님께서 아무래도 이거 해야겠다, 이걸 우리가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고 해서 하게 됐다"라고 무거운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만큼 '학교폭력'은 사회적으로도 주요한 문제이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이 쌓이며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현실의 민감한 소재이며, 우리 주변에 피해자가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 정면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한 가지 담겨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의 문제를 통해 어른들의 쓰디쓴 성장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이라는 비극에서 어른들 또한 방관할 수만은 없다. 결국 어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세상'은 아이들의 모습과 문제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방송 전부터 '아름다운 세상'에 기대가 큰 이유 중 하나는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의 만남이라는 데 있다.
KBS2 '학교2'(1999년)를 시작으로 KBS2 '부활'(2005년), '마왕'(2007년), '상어'(2013년)으로 이어지는 '복수 시리즈', tvN '기억' 등 만남마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두 PD-작가 콤비의 신작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소위 말하는 '믿고 보는' 조합이다.
김지우 작가의 섬세한 인물묘사와 사실적인 표현이 박찬홍 PD의 독특하면서도 감성적인 연출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만큼 이번 '아름다운 사랑'에도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본과 연출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된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박희순, 추자현, 오만석, 조여정, 이청아, 남다름, 김환희, 서동현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호연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 또한 크다. 출연하는 배우들 또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남다른 고민과 각오로 임하고 있다.
박찬홍 PD는 "단역들까지도 연기력이 출중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라고 장담했다.
박희순은 "대본을 읽으면서 좋았던 지점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표현해 모든 배역이 살아 있다"라며 "제가 맡은 역할은 감정을 많이 표출하지 않고 참아내고 버티는 역할이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고 조금 더 발전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추자현은 "내가 이 대본을 보고 느낀 감정을 시청자들께 어떻게 전달하지가 숙제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워진다. 지금도 그 숙제를 갖고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려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진 아버지 오진표 역의 배우 오만석은 "요즘 워낙 많은 뉴스와 사건 보도를 통해서 '갑질 폭력'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쪽 모델을 삼으려고 하면 또 다른 쪽에서 모델이 나와서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다"라며 "제 안의 또 다른 악의 본능을 따라서, 그리고 대본에 모델이 있다. 이를 따라 독특한 오진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순은 "아역들의 연기가 아역계의 어벤져스라고 할 만큼 할리우드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굉장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연과 단역 배우들도 강호의 숨은 검객이 매우 많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마냥 슬픈 드라마는 아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고, 추적해가는 재미도 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