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꽃을 클로즈업 하다가 거대한 돌에 새겨진 불상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최근 이 블로그를 우연히 본 문화재 전문가는 불상이 범상치 않다고 여겨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제보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블로그에 나온 사진을 토대로 거류산 일대를 두번이나 뒤졌다. 주민들에게 수소문하면서 산을 뒤졌지만 발견이 쉽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거류산 정상 부근에서 대나무 숲 뒤에 숨겨진 거대한 불좌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5m의 넓은 바위에 2m53cm 크기로 새겨진 고려시대 불좌상이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발견한 마애약사불좌상은 얇은 선으로 새긴 신체 위 가사(袈裟)가 이중착의(二重着衣)로 걸쳐진 형식이다.
상반신은 오른손을 어깨까지 들어 올린 시무외인(施無畏印)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왼손에 보주(寶珠, 장식구슬)를 든 약사불이다. 하반신은 큰 연꽃을 엎어 놓은 모양의 무늬가 새겨진 대좌(臺座)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로 좌선한 형태다.
둥글넓적한 얼굴에 과장된 이목구비, 짧고 선명한 목에 세 개의 줄(삼도, 三道), 부조(浮彫, 돋을새김)로 새긴 머리와 얇은 선으로 표현한 몸이 특징이다. 이는 고려 시대 전기 마애불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마애약사불이 발견된 거류산의 정상(해발 571m)에는 통일신라 시대의 석축산성인 거류산성이 있고, 정상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약 580m 떨어진 봉우리 사면에는 커다란 암석군이 산재한다. 이중 제일 큰 암석 전면에 이 마애약사불이 새겨져 있다.
박종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소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한 블로거가 야생화를 찍다가 우연히 발견한 불상의 두부 모습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우리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위치를 찾느라 힘들었다. 대나무밭에 가려져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난 3월 14일 개인 블로그(2017.2.24.)에 올려진 내용을 통해 마애약사불의 존재를 인지하고, 거류산 일대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한 끝에 3월 22일 불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남 고성은 현재 불교문화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곳인데다가 원래도 희귀한 '마애약사불'이라는 점에서 이번 불상 발견은 더욱 특별하다.
불상은 고려 전기의 작품인 제천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과 같은 양식을 보이면서도 고려 전기 수도인 개성에서 보였던 중앙양식과는 얼굴 표현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 지역 특색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불상의 발견을 소관 자치단체인 고성군에 알리고 문화재 지정 검토와 보존대책을 함께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