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은 소심, O형은 대범? 진짜학회도 심각"

가짜학회 가보니..전공도 뒤죽박죽
한번은 갈 수 있지만 두번은 '고의적'
가짜 기승 이유? 무너진 틈새 노렸다
엉터리 논문이 정식 등재..."요지경"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가짜학회 참석 경험자), 김우재(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얼마 전 낙마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동호 후보자 기억하시죠? 카이스트 교수 출신이기도 합니다. 조 후보자를 청와대가 지명 철회한 이유. 가짜 학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 들으시고 가짜 학회? 이게 뭐지 하는 분들 계실 거예요. 학회에 참석했다고 해서 장관 후보자에 떨어질 정도인가 궁금하신 분도 계셨을 텐데요. 저희가 취재를 해 본 결과 이게 상당히 중대한 결격 사유였습니다.

대학 교수들 또 연구원들 이런 경우에는 연구 실적이 상당히 중요한데 문제는 가짜 학술 대회, 해적 학술 대회, 사이비 학회에 가서 그것으로 연구 실적을 삼아왔다는 거. 이게 문제인 거죠. 또 뭐가 문제냐. 이런 부실 연구, 엉터리 논문들이 다 우리의 세금을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가짜 학회 얘기를 오늘 깊이 들어가보려고 하는데요. 이 가짜 학회에 실제로 속아서 다녀온 분 한 분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익명에 음성 변조한다는 점 양해 주시고요. 안녕하세요?

◆ 참석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가짜 학회 다녀오신 건 언제쯤입니까?

◆ 참석자> 저는 2018년 1월에 다녀왔습니다.

◇ 김현정> 지금 제가 보니까 소위 명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시고 대학원생 때군요?

◆ 참석자> 네. 대학원생 신분으로 다녀왔습니다.

◇ 김현정> 일반 사람들한테는 학술 대회, 학회라는 게 좀 생소해서. 어떤 이유로 누가 참석하는가 일단 그것부터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 참석자> 학술 대회는 자신의 논문, 자신의 창작물을 발표하는 자리도 있고 같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그런 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학회에서 만든 학회지에 논문도 싣고 이런 식인 거죠. 선생님이 참석하셨던 가짜 학회는 어떻게 가게 되셨어요?

◆ 참석자> 그때 당시에 BK사업단.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연구를 하는 곳에 있었는데 조금 예산이 남기도 했고 저희가 졸업하기 직전에 다녀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해외 학회를 알아보던 중에 이제 와셋이라는 학회가 있다고 해서 모르는 상태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가짜 학회라는 걸 전혀 모르고 가셨다는 얘기인데 그 얘기는 꽤나 그럴 듯했다는 얘기예요?

◆ 참석자> 사전에 저희가 논문을 내면 거기에서 리뷰를 해 주거든요.

◇ 김현정> 리뷰라 함은 논문을 읽고 평을 주는 거예요?

◆ 참석자> 예를 들면 학회지에 알맞은 양식도 있고 참고 문헌을 인용하는 방식도 있고 여러 가지 형식들을 갖춰달라라고 요구를 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사실 의심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몇 명 정도 가 보니까 와 있던가요?

◆ 참석자> 한 3, 4개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원래 그 학회 참가한 목록에는 예를 들면 수십 명이 올라와 있는데 실제 학회장에 들어가 보면 20명도 채 없는 그런 상황이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결원이) 많은 것은 사실 학회에서는 저는 처음 봤거든요.

◇ 김현정> 거기서부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중간중간 또 이상하다 느낀 점들은 어떤 거였습니까?

◆ 참석자> 일단 전공이 전혀 달랐어요. 저는 정치학회인 줄 알았는데 교육학, 심리학, 영화 리뷰하는 영화학 이런. 너무 많은 전공들이 그 학회장 안에 같이 있었던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영화를 하는 사람과 정치를 하는 사람과 심리학을 하는 사람이 다 섞여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는 일종의 그런 상황이 돼버린 거예요?

◆ 참석자> 네, 그런 상황이었고 아무런 포괄적인 키워드조차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떤 사람이 발표를 하고 나면 쓸 수 있는 말들이 참여자들 중에 아무것도 없었고 실질적인 논의랄 게 가능하지 전혀 않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원래는 발표자가 자기 논문 발표하고 나서 쭉 발표 들은 다음에 토론이 있어야 되는데 토론도 할 수 없었겠네요?

◆ 참석자> 전혀 없었어요. 그냥 인상 평가? 너무 잘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이 한국의 문화에서 궁금하다. 이런 식이 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만이 오가고 그마저도 너무 적었습니다.

◇ 김현정> 그 가짜 학회에 다녀오고 나서 이게 가짜였구나, 내가 속았구나, 이상한 데 다녀왔구나라는 건 언제쯤 아셨어요?

◆ 참석자> 저는 사실 작년 봄쯤에 뉴스타파에서 이 가짜 학회 참여자 관련 조사를 한다고 해서 저한테 연락이 왔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이게 가짜였구나 하고. 선생님께서는 거기 다녀오신 게 대학원생 때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혹시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속은 건 아닌지. 교수들, 이런 분들은 그런 데 안 속는 건 아니에요?

◆ 참석자> 그 취재 이후에 학교 차원에서도 뭔가 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후에도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굉장히 반복적으로 여러 해에 걸쳐서 교수들도 상당히 많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 가는 사람들인 거죠, 반복적으로.

◇ 김현정> 심지어 놀라운 건 서울대가 제일 많다면서요?

◆ 참석자> 저도 그때 학교에서 조사를 할 때 그 사실을 알게 돼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귀한 증언, 어려운 증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참석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학원 시절 가짜 학회에 참석해 본 분, 경험이 있는 분을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이 가짜 학회의 실태를 고발한 분이 계세요. 한국에서 석박사를 하고 지금은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분. 김우재 교수 만나보죠. 김우재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우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이 가짜 학회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만연해 있는 겁니까?

자료사진,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 김우재> 모르겠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간 걸로 한국에서 나타났잖아요. 제가 며칠 전에 오타와 대학에서는 몇 명이나 갔는지 한번 장난 삼아 검색을 해 봤더니 여기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갔었더라고요.

◇ 김현정> 캐나다에서도.

◆ 김우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것으로 추정되죠.

◇ 김현정> 지금 조사 결과 보니까 국내 연구 기관의 40%가 부실 학회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이것만 봐도 상당하네요.

◆ 김우재> 그렇죠. 전부는 아니지만 기관이 있는 곳에서 한두 명씩은 다 갔다 왔다는 얘기니까요.

◇ 김현정> 그렇게 되겠네요. 진짜 학회와 가짜 학회를 가르는 어떤 기준은 뭘 보면 압니까?

◆ 김우재> 그게 무슨 법적 기준이 있지를 않아요. 그러니까 이게 학회에서도 최근에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막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있는 상태거든요. 사실은 약탈적 학회와 진짜 학회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속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 김우재> 약탈적 학술지는 약간 뭐라고 그러냐면 방문 판매자 같다고 해야 될까요? 스팸 메일처럼 이메일을 막 보내요.

◇ 김현정> 오라고.


◆ 김우재> 그래서 사람들을 꼬시는 거죠. 그리고 대부분 보면 관광 휴양지 같은 데서 이렇게 하거든요, 그 학회를. 이 사람들은 학회 초록 같은 걸 받을 때 전혀 검사 같은 걸 안 한다는 거죠, 전문가들이. 그리고 이게 진짜 논문인지 아닌지도 전혀 검수를 하지 않고요. 제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면 실제 진짜 학회들도 돈을 받고 가서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거고 약탈적 학술지도 진짜 돈을 내고 하는 건데. 사실은 요지경인 거예요. 학술 생태계 자체가 이상해지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이 묘해질 정도로 지금 학술 대회가 요지경판이다 이 말씀이신데 '이런 논문이 발표가 가능해?' 이런 수준의 것도 있어요?

◆ 김우재> 있죠. 구글에 가면 논문을 막 만들어주는 제너레이터가 있어요. MIT 공대 학생들이 만든 건데 거기서 논문 한 편 만들어서요. 의미가 없는 논문이죠. 그냥 논문처럼 보이지만 논문이 아닌 거예요. 그걸 그냥 제출해도 승인을 하니까 이 사람들은 논문의 내용을 안 보는 거죠, 전혀. 제가 최근에 혈액형별 성격. 왜 한국 사람들 많이 믿잖아요.

◇ 김현정> A형은 어떻고 B형은 이런 거요?

◆ 김우재> 네. 왜 사람들 만나면 일반인들이 주로 하는 대화잖아요. 그런데 설마 이걸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이 있나를 한번 검색을 해 봤거든요. 상당히 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옵니다. 진지하게 연구를 한 사기 논문이고 이걸 학문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해서 논문을 발표해서 자기 실적으로 삼아서 자기가 이익을 얻는 건 사실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 김현정> 국민들 사이에서. 그러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뭐 재미 삼아 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겠다. 최초의 증명이야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과학적으로는 아니다라고 결론이 난 것을 또 논문을 쓰고 또 논문을 쓰고 이건 누가 봐도 실적 올리기, 연구비 타서 쓰기. 이렇게로밖에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안 보이는 거군요.

◆ 김우재> 그래서 제가 이런 말하고 싶은 거예요. 진짜 학술 대회와 가짜 학술 대회의 경계가 이미 무너져버렸다는 거죠. 심하게 말씀드리면 교수와 사기꾼의 경계도 모호한 거죠.

◇ 김현정> 아니, 사실 저희는 지금 가짜 학회의 그 심각성, 가짜 학회와 진짜 학회를 엄격히 구분해서 가짜 학회 퇴출시킵시다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말씀을 듣다 보니 가짜 학회는 당연히 문제고 그거 만연한 거 문제고 심지어 진짜 학회도 물들고 있습니다. 진짜 학회도 문제입니다. 이야기가 더 커지네요.

◆ 김우재> 이렇게 보셔야 되는 게 맞는데 가짜 학회의 문제는 가지에 불과한 게요. 진짜 학회가 이렇게 심각하게 부패돼가고 시장에 종속돼가고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논문들이 나오고 하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가짜 학회가 부흥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김현정> 오히려 진짜 학회와 가짜 학회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 김우재> 이게 가짜 학회를 하는 사람들도 장사꾼들인데 이 사람들이 학술 생태계를 본 거죠. 봤더니 자기네(가짜 학회 주최자)가 해도 되겠거든요. 그러니까 들어와서 한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왜 일부 교수들,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교의 교수들도 이런 것에 끌리는 이유. 누가 봐도 이건 허술한 진짜 학회 혹은 명백한 가짜 학회임을 보면서도. 교수들 딱 보면 알잖아요. 그러면서도 가는 이유는 뭡니까?

◆ 김우재> 놀러가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처음에 간 사람들은 속아서 갔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된 학자로서 훈련을 몇 년이라도 받은 사람이면 이게 진짜 학술 대회인지 아닌지는 가보면 알게 돼 있거든요. 2번, 3번 몇 번을 간 사람들은 이 학술 대회를 이용해서 관광을 간 거죠. 이 학술 대회에 간 모든 돈은 국민의 세금이라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다 국민 세금인 거니까. 그걸로 놀러 갔다 오고 자기 실적 쌓고 이런 거네요.

◆ 김우재> 그리고 이 가짜 학술 대회들이 그걸로 사람을 유혹하거든요. 베니스라든가 스페인 마드리드라든가 이런 데 굉장히 좋은 관광지에서만 학회를 해요.

◇ 김현정> 진짜 학회가 진짜 학회답게 했다라면 가짜 학회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이 부분도 새겨들여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 김우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선생님, 고맙습니다.

◆ 김우재> 감사합니다.

◇ 김현정>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의 김우재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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