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보수 1:1…‘진영 결집’ 무승부

총선 풍향계 4‧3 보궐, PK ‘박빙 민심’ 확인
정의당 수성, 한국당 약진, 민주당 험지 공략 실패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오른쪽 네번째)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정의당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각각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보수와 진보, 각 진영 별로 1석씩 승리해 나눠가진 결과다.

이번 선거는 PK(부산‧울산‧경남) 중 경남의 지역구 2석에 국한된 ‘미니 보선’이었지만, 선거 전부터 차기 총선의 풍향계로 해석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범(凡)민주 진영에선 정의당이 고(故)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 사수에 성공했다. 황교안 대표의 데뷔전이었던 한국당은 창원에서 약진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은 창원의 결과가 좋았지만, 통영‧고성 공략에는 실패했다.

결국 각 정당이 유리하게 예상됐던 지역구에서 승리한 결과로 진영 간 결집 현상이 재확인된 셈이다. 막상막하의 판세가 확인됨에 따라 여야 각 정당 별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내외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밝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격전지 창원…보수 VS 진보 ‘쏠림’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504표(득표율 0.54% 포인트) 차의 진땀 승을 거뒀다. 여 의원은 당선 소감을 통해 “반칙정치, 편 가르기 정치, 한국당에 대해서 우리 창원 시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이 쥘 정도로 접전을 펼쳐주신 강기윤(한국당)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석패한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열악한 상황인데 근소한 차이로 졌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지도부에선 패배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험지에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보 진영이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공식은 불변했지만, 그 격차가 매우 좁혀졌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한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이겼고, 다른 선거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며 “국민들께서 이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창원에서의 선전을 ‘정권심판 여론’으로 해석한 셈이다.

창원의 선거는 기간 내내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서 치러졌다. 보궐의 원인이 된 노 전 의원에 대한 평가 자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유세 지원 과정에서 정의당이 슬로건으로 내건 ‘노회찬 정신’에 대해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느냐”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정의당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이라면서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신공격과 판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 펼쳐진 분위기 속에서 중도 노선을 표방한 바른미래당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재환 후보는 3.57%를 득표해 민중당 손석형 후보(3.79% 득표)에 이은 4위를 기록했고 대한애국당을 제외한 사실상의 꼴등이었다. 당내 반발을 무릎쓰고 공천을 강행한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성원주상가 삼거리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정의당 창원성산 여영국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小지역주의 예상됐던 통영, 한국당 ‘압승’

민주당은 공략을 시도한 통영‧고성 선거에서 적지 않은 격차로 패했다. 한국당 정점식 의원이 59.47%를 득표해 35.99%의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23.48% 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이 지역은 민주당으로선 험지였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후보를 내지 못했었고, 19대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통합 후보 간 격차가 43.22% 포인트에 달했었다.

격차를 많이 좁힌 셈이지만,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거뒀던 성과에 비하면 다시 많이 후퇴한 결과다. 당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 후보가 기초단체장에 각각 당선됐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통영에선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 고성에선 민주당 김경수 현 지사가 각각 승리했었다.

민주당은 인구 숫자가 많은 통영 출신 양문석 후보를 공천하면서 고성 출신의 정 의원을 역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창원의 결과에 대해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동 승리”라고 평한 반면, 통영‧고성에 대해선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정 의원은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는 염원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황 대표의 측근이다. 황 대표로선 고성 출신을 공천했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했지만, 낙승하면서 한 시름 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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