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2월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3법’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지난달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공방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선거운동 기간 도중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을 위한 장관 후보자 7명 인사청문회가 진행돼 2명이 낙마, 나머지 5명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2곳에 불과하지만,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쟁점 현안들의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1승 1패’로 예측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인 창원성산에서는 범(凡)진보진영 단일화를 통해 선출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정점식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선거 결과가 ‘1승 1패’로 귀결될 경우, ‘패스트트랙 3법’과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교착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현재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조정안 등 3개 법안을 패키지로 묶은 패스트트랙을 추진 중이다.
여야 4당이 내놓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한국당은 의원직 축소안(270석)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정부여당이 개혁법안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공수처 설치안은 바른미래당이 기소권을 빼고 수사권만 보유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양측이 막판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동시에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선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라, ‘1승 1패’라는 결과로는 어느 쪽도 주도권을 잡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다만, 각 당 후보의 득표율이 내년 총선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대로 공단이 밀집돼 노동자 층의 지지세(勢)가 강한 창원성산 지역에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패하더라도 정의당 여 후보와 격차를 줄여 유의미한 득표에 성공할 경우엔, 정권 심판적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1승 1패로 될 확률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득표율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창원이든 통영이든 2등 후보가 오차 범위까지만 쫓아와도 사실상 승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든 범진보진영이든 보궐선거 2곳에서 모두 승리하는 쪽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한국당이 2승을 거둘 경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과 현 정부의 2기 내각 구성 등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고, 한국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박영선‧김영선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 인사검증 책임을 들어 한국당이 요구한 조국 민정수석의 해임 요청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통영‧고성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안, 청와대의 내각 구성작업 등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설치안에 대한 이견만 해결하면 ‘패스트트랙 3법’이 순조롭게 추진돼 한국당 고립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낙마한 2명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니 보궐선거’에 여야가 총력전을 펼친 만큼 결과에 따라 각 당 지도부 리더십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지난해 2월 당 대표로 선출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전승을 거둘 경우 내년 총선까지 주도권을 쥐게 되는 반면, 전패하면 조기 레임덕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2승을 거두면 당 장악력 강화와 동시에 진보진영을 통합해 이끌어 갈 동력을 얻게 된다. 2곳 모두 패배할 경우엔 무리한 후보 단일화로 인한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