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보궐선거라지만…진흙탕 싸움만 하는 여야

여야 모두 경기장 유세로 스포츠정신 훼손 우려
"노회찬 돈받고 목숨끊어" 발언으로 정의당 건드려
공표금지된 여론조사서 이겼다고 하고 기자 매수도
김학의·장관 후보자 낙마 등 얽혀 정작 정책·공약은 외면

(사진=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각 후보 간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가 많지 않아 당력이 집중되는 보궐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불법 선거운동은 물론 상대 진영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등 극렬한 대치는 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궐선거는 후보자 수가 한자릿수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총동원되면서 각종 이슈가 선거운동에 활용되곤 한다.

이번 보궐선거도 국회의원의 경우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등 2곳에 불과해 여야 모두 가동 가능한 모든 현안을 이슈화 해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위법성이 짙은 행위가 연이어 드러나고 감정의 골이 깊은 발언들이 난무하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선거판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단일화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창원 성산에서는 '경기장 유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강 후보는 지난달 30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함께 경남FC-대구FC 간 경남 홈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선거운동복을 입은 채 유세를 펼쳤다.

논란된 자유한국당의 축구장 유세. (사진=연합뉴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안에서는 일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어 다른 정당들은 일제히 강 후보 측의 행위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경기장 내 선거운동 논란은 다른 당 후보들에게도 제기됐다.

지난달 16일 창원시청과 대전코레일 간 내셔널리그(K2리그) 개막전이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강 후보와 여 후보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 손석형 민중당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민주당 권민호 전 후보 등 후보 전원이 선거유세를 한 것이다.

또 여 후보는 지난달 2일 창원 LG-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가 열린 창원 LG세이커스 농구장을 찾아 자신의 기호인 '5'가 포함된 머리띠를 한 채 응원에 나섰다.

내셔널리그 개막전은 무료입장 경기여서 중앙선관위의 선거운동 금지 대상이 아니고 농구경기의 경우 선거운동과 관련한 프로농구연맹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 각 후보 진영의 해명이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스포츠계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창원 반송시장 유세에서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의원을 향해 "돈을 받고 목숨을 끊은 분"이라고 말해 강한 논란이 일었다.

오 전 시장은 "상대 후보의 유세를 보니 노회찬 정신을 자주 얘기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된다"며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을 대표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드루킹' 특검 도중 정치자금 수령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 전 의원을 언급해 정의당의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린 것이다.

오 전 시장의 발언에 정의당은 물론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 범진보 진영 전체가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일 선거대책위 전체회의에서 "5·18 망언으로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한국당이 그 못된 버릇을 창원으로 가져와서 또 다시 창원시민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며 "패륜 망언은 한국당의 특별한 실수가 아니라 본성 그 자체"라고 질타했다.

통영·고성 (사진=연합뉴스)
통영·고성에서는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최근에는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말해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양 후보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 시작하기 전에는 15~16%p 정도 지고 있다가 그 다음 일주일 만에 7~8%p로 좁혔다"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후 "지난 주말에 집중 유세, 지원 유세들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면서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부분이 가장 팩트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에 놀란 사회자는 "지금 구체적인 숫자를 말씀드리긴 힘들다"고 제지에 나섰다.

그럼에도 양 후보는 추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추격이 아니라니까 뒤집어졌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다"며 최근 분위기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측근 인사가 기자에게 수십 만원의 현금을 제공하고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기자가 통영시 선관위에 고발을 해 선관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각 정당이 힘을 싣고 있는 주장들도 해당 지역을 위한 것 보다는 정쟁색이 짙다.

범진보 진영은 최근 다시 이슈가 된 김학의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보수 야당은 자진 사퇴와 청와대의 지명 철회 등으로 이어진 정부의 장관 인사 실패를 집중 조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보궐선거는 후보자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당이 전력을 집중해 당 대 당 대결이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각종 의혹과 법 위반 등이 난무해 갈수록 이전투구가 심해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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