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총력을 기울여온 창원성산 판세는 진보진영 단일화의 강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위기다. '보수텃밭' 통영고성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어 한국당은 '막판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역대 최대 사전투표율‧경남FC '막판 악재'
한국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에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진영 후보자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노령층, 조직표보다는 젊은층과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에서는 정의당 측 표심이 대거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재보궐 선거일인 3일이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미리 투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의당 특히 민주노총 조직표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당에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원성산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고,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많은 노동자들이 몰려 있어 '진보 1번지'로 불린다.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연일 기세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투표율까지 높게 나오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셈이다.
게다가 경남FC 부당 선거운동 논란까지 '막판 악재'가 겹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경남FC와 대구 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경기장 관중석을 방문, 선거운동을 진행해 축구협회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징계를 받게 생긴 경남FC는 "강 후보 측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경남FC에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정치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한 핵심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가 실수를 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징계를 바라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민폐'라며 집중포화를 가하자 여기에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마음이 급해 규정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다급함은 유세 현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일 지지연설에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을 겨냥,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냐"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창원성산 '올인' 속에 흔들리는 통영고성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24~25일 통영시, 고성군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률 21.8%,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38.2%,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31.2%로 양측의 격차는 7%p에 불과했다.
그동안 황교안 대표는 창원성산에 숙소까지 마련하고 총력전을 펼쳤다. 통영고성에서의 '1승'을 예상하고, '2승'을 위해 창원성산에 힘을 쏟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통영고성에서 '뒤집기'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지면서 황 대표의 전략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한 재선의원은 "지도부가 총출동했지만, 강기윤 후보가 지역 스킨십이 생각보다 약해 한계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며 "이럴 것이면 애초 어려운 창원성산을 전략공천하고, 지도부가 창원과 통영에 고루 힘을 쏟는 게 나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고성' 출신이자 정치신인인 정점식 후보의 약점도 제기되고 있다. 통영고성 중 인구가 많은 통영 출신의 서필언 예비후보(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공천이 됐어야 했다는 얘기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경우 통영 출신이다.
공안 검사 출신인 정점식 후보는 '황교안 키즈'라고 불리며 공천 과정에서 '사천 논란'도 일었다. 서 후보는 이에 반발했지만, 현재는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천 후유증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으며 정점식-서필언 단합이 어려운 구조적인 악재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서 전 차관이 지역기반을 잘 다져놓기는 했다"며 "아쉽지만 이제 와선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점식 후보 측 인사가 지역 언론 기자에게 우호적 기사를 써달라며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는 것도 '돌발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막판까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1일 경남도당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이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우리 한국당이 두 지역 모두 승리해야만 참담하게 무너진 지역경제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개적으로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효과라는 낙관론도 제기하며 지지층을 다독이고 있다. 한국당 윤영석 경남도당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심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학의 사건' 등 외부 돌발악재에 강경하게 대처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이다. 1일 한국당은 '김학의 특검법'을 발의하며 황교안 대표를 겨냥하는 여권에 맞불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