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 제작발표회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파크볼룸에서 열린 가운데 연출을 맡은 김정현 PD는 드라마에 대해 "현실이 더 드라마 같다 보니 이런 드라마들이 더 성에 안 찼던 거 아닌가 싶다. 우리 드라마는 사실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라며 "그렇지만 '사기꾼'이라는 설정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게 현실을 풍자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국민 여러분!'은 아버지부터 할아버지까지 사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의 3대 독자인 주인공 양정국(최시원 분)이 얼떨결에 경찰인 김미영(이유영 분)과 결혼하고, 또한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국회의원에 출마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작전을 꾸미고 실행에 옮기는 사기꾼들의 모습을 그리는 한편,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이용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정치 현실을 우회적으로 풍자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할 예정이다.
캐릭터가 가진 디테일을 살리고 드라마의 풍자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건 배우들의 연기다.
양정국 역의 최시원은 "대본 대로만 열심히 연기하려 노력해도 괜찮을 정도로 대본이 좋기 때문에 대본 위주로 감독님, 다른 배우들과 많이 상의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라며 "특별히 코믹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폭넓게 상황에 맞게 집중했다"라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양정국이 사기꾼인줄 모르고 결혼하게 된 김미영 역의 이유영은 "제가 맡은 인물이 엄청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다. 상황과 행동이 웃긴 것"이라며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캐릭터라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재밌게 촬영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 중 사채업의 전설 박상필(김종구 분)의 넷째 딸 박후자 역을 맡은 배우 김민정은 "촬영하면서 내가 꽤 맛깔나게 '갑질'을 하는 것 같다. 나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라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정이 연기하는 박후자는 언니들을 제치고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받으려 하는 것은 물론, 사기 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에 나서는 능동적인 캐릭터다. 이런 역할을 맡은 데 대해 김민정은 "박후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국내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가 갖는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김주명을 맡은 김의성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일하면서 만난 안민석 의원은 4선의 정치인으로서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모습을 보였다. 안 의원의 외형적인 모습을 흉내 내고 싶었달까, 안 의원의 재밌는 부분을 표현해보고 있다는 생각은 했다"라며 "기본적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기꾼이 선거에 나간다면'이라는 재밌는 상상에서 출발해서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그 안에 자연스레 의미가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치계에 갓 입문한 정치 신인이지만 해외를 다니며 선진 선거 문화를 만든 한상진 역의 배우 태인호는 "일반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안 될 거 같은, 한상진에게서는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봤다"며 "정치를 하고 싶어 하지만 평범함이 있는 캐릭터다. 그런 신인 정치인의 모습을 그리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정훈 작가는 전작 OCN '뱀파이어 검사', '나쁜 녀석들' 등 장르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특히 한 작가는 OCN '38사기동대'에서 세금 징수 공무원과 사기꾼이 합심하여,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상습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는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사기극을 통해 '을'이 '갑'을 응징한다는 큰 줄거리는 '국민 여러분!'과 닮았다.
과연 한정훈 작가의 전작이 주는 기시감을 떨쳐내고, '한정훈'을 넘어 또 다른 통쾌한 사기극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한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빠른 전개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 사기극이 아니라 정치와 범죄, 코미디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장르극인만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연출자의 몫이다.
김정현 PD는 "저에게 제일 어려운 지점이다. 작가님과 이야기할 때부터, 지금도 촬영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톤을 어떻게 잡고 갈지 굉장히 고민스럽다"라며 "결국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으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매회 찍을 때마다 전체적인 흐름과 대본 안에서 큰 틀을 보고 템포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갑'의 횡포에 시달리며 세상에 분노한 '을'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현실은 쉽사리 '을'들에게 '정의'라는 달콤한 결과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과 현실에 지친 '을'들을 위해 드라마 '국민 여러분!'의 사기극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갑'을 향한 사기극의 끝에서 국민을 위한 사기꾼들이 정말 '국민 여러분!'을 외칠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나마 현실의 갑갑함을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기대해 본다.
한편 KBS2 '국민 여러분!'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